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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 '나도 아내가…' 주연 설경구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지난해 '박하사탕' 과 '단적비연수' 로 한국 영화계를 떠받치는 남자 배우로 급부상한 설경구(33)는 참으로 무던하다.

외모부터 연예계 스타에서 연상되는 화려함과 거리가 멀다. 뿔테 안경에 빗질 한번 안한 듯한 머리 등.

성격도 차분하다. 급하게 서두르는 게 없다. 그런데도 할 말은 다 한다. 나직한 말투가 듣는 이를 끄덕이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나도 아내가…' 에는 그의 이런 성격이 제대로 녹아있다. 있는 것 같으면서도 없는 듯한 역할, 즉 연기자에게 가장 힘든 배역을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때문에 '나도 아내가...' 는 설경구를 위한 영화라는 느낌을 준다. 그렇게 말하자 즉각 손을 내젓는다.

"그런 말은 절대 하지 마세요. 전반부는 제가 중심이지만 후반부는 전도연씨의 힘이 컸습니다. 똑똑한 전도연씨가 자신의 예쁜 모습을 죽이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요. "

그래도 그에게 가장 편했던 작품이라며 즐거워했다.

"그냥 제 자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얌전하면서도 엉뚱한 소리를 자주하고, 시간이 나면 빈둥거리고, 외모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점이 비슷하죠. "

그는 바로 이런 모습이 대한민국의 평범한 남성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일상에 특별한 사건이 별로 없듯 세상에 특별한 사람이 많겠느냐는 인생관도 들려준다. 그래서 트렌디성 TV 드라마를 싫어한다고 했다.

"본격 멜로물이 처음 아니냐" 고 묻자 " '단적비연수' 는 멜로가 아니었느냐" 고 재치있게 받아친다.

사람들이 왜 단(김석훈)과 비(최진실)의 사랑만 생각하고 적(설경구)과 비의 관계는 사랑으로 보지 않는지 이상하다고 했다.

설경구는 '1월의 사나이' 로 기억될 것 같다. 지난해 1월 1일에 개봉한 '박하사탕' 처럼 올 한국영화의 첫 테이프를 끊게 됐기 때문. 사실 '나도 아내가…' 도 당초 새해 초하루 개봉을 계획했으나 작업 준비상 개봉일을 조금 늦출 수밖에 없었다고 전한다.

다음 영화는 '박하사탕' 을 연출한 이창동 감독의 작품. 제목은 말하지 않고 오는 11월께 촬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3월말엔 그가 출연했던 록뮤지컬 '지하철 1호선' 의 독일무대에도 세 차례 오른다.

"갈수록 연기가 어렵고 관객이 무서워진다" 는 말이 그가 더 큰 배우로 성장하는 나침반이 되기를 기대한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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