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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맛집] DJ가 선택한 보양식 ‘민어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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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어부는 오늘도 바다에 꽂은 긴 대롱에 귀를 대고 있다. 그가 찾는 것은 수심 100m 진흙바닥에서 울리는 ‘소 울음소리’. 활처럼 휘는 낚싯대를 당기자 사람만한 물고기가 나온다. 이 물고기가 바로 임금님 보양식 ‘민어’. 이름에 백성 民이 있지만 그 의미와는 달리 ‘삼복더위에 양반은 민어탕, 상놈은 보신탕을 먹는다.’는 속설이 전해질 만큼 임금이나 양반 계층이 즐긴 고급 어종이다.

활어회보단 선어회가 제 맛인 이유

“10kg은 넘어야 맛이 있죠. 큰 것은 20kg도 넘어요.” 목포에서 2대에 걸쳐 40년 동안 민어회를 요리한 박영란 대표(58). 1대 사장인 그녀의 어머니는 단연 선어회의 원조다. “민어는 활어보단 선어회가 더 맛있어요.” 민어는 7~8월 주로 깊은 바다에서 잡히는데 성질이 급해서 건져 올리는 순간 죽어버린다. 이런 특성 때문에 곧바로 피를 빼 하룻밤 숙성시키면 쫄깃하면서도 달달한 맛이 혀끝을 감돈다. 또한 전으로 부치면 살이 퍽퍽해지는 농어나, 광어와 달리 민어는 살이 익어도 맛과 향이 살아있다.

초장 때문에 1년에 고춧가루 2천근 써

“처음에는 어머니께서 홍어하고 동동주, 상어를 파셨어요. 그땐 민어를 탕으로나 했지 회로는 잘 안 먹었어요. 민어회를 드셔본 분들 반응이 아주 좋더라고요. 거기에 우리만의 비밀 무기를 곁들였죠.” 영란횟집의 비밀무기는 바로 ‘막걸리 식초로 만든 초장’. “동동주를 담가 6개월간 발효를 시키면 식초가 돼요. 여기에 태양초 고춧가루와 물엿을 섞어 만들면 그 맛이 아주 독특하죠.” ‘막걸리 식초 초장’은 민어회만큼이나 영란식당의 명물이 돼 손님들의 반응이 뜨겁다. “직접 오신 손님은 물론이고 전화주문을 하시는 분들도 꼭 초장을 더 달라고 말씀하세요. 그러다보니 1년에 2천근 정도의 고춧가루가 들어가네요.”

DJ가 선택한 보양식 ‘민어회’

선홍빛에 입에서 살살 녹는 민어회와 ‘막걸리 식초 초장’의 앙상블은 전국 각지의 손님을 끌어 모았다. “민어가 본래 임금님이 ‘복달임’으로 드셨던 것이에요. 저희 집 역시 여름이 최고 성수기죠. 한창 바쁠 때는 하루에 100KG이상씩 나가요. 개그맨 남희석 씨는 맛을 보시더니 너무 맛있다고 바로 부인께서 운영하시는 치과로 택배를 보내시더라고요.” 입소문은 돌고 돌아 전화주문으로 이어졌고 마침내 청와대까지 들어갔다.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목포에 오신 적이 있었어요. 신안비치호텔에 게셨는데 저희 가게가 좁아서 직접 오실 수는 없고 수행원들이 와서 포장을 해갔죠.” 김 전 대통령의 민어회 사랑은 계속 이어졌다. “종종 전화주문을 하시곤 했어요. 복날도 주문을 하시고요. 또 국회의원들이 사서 보내기도 했고요. 잊지 않고 다시 찾아주신 것이 너무 감사해요.”

설탕까지 유기농을 사용하는 식당

‘영란횟집’의 음식은 무엇 하나 사는 것이 없다. 된장, 고추장은 물론 김치, 밑반찬 여기에 후식으로 나가는 차도 직접 만든다. 또한 설탕까지 유기농만을 사용한다. “사람 입에 들어가는 거잖아요. 깨끗하고 맛있는 것을 드려야죠. 매년 메주를 띄워 장을 담그고 매실이나 유자, 대추도 제철에 구매해서 직접 다려요.” 이런 정성은 재료비도 많이 들뿐 아니라 몸도 힘들다. 왜 이런 수고를 감수하는 것일까? “민어가 어획량이 많이 줄어서 어떤 때는 아예 없을 때가 있어요. 그러면 식당 문을 닫을 수밖에 없죠. 전국에서 먼 길 오신 손님들이 식당 문이 닫혀 발길을 돌리시려면 얼마나 화가 나시겠어요. 그래도 우리 집 민어회 맛을 잊지 못한다고 또 오세요. 이렇게 사랑해 주시는데 당연히 정식한 음식으로 보답해 드려야죠.”

뉴스방송팀 강대석·최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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