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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유난경씨 새해각오 "힘들수록 건강 밑천이 최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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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2001년은 건강이다. "

한 해가 시작되면서 집 밖에서는 '경제다' '정치다' 라며 국가적인 새 비전을 요구하는 목소리로 요란스럽지만 한 가정을 지키는 유난경(40.경기도 의왕시 오전동)주부의 새해 소망은 소박하기 만하다.

지난해 건축자재 납품업을 하던 남편 엄재우(43)씨가 거래처의 부도로 연쇄도산 위기까지 몰린 경험이 있는 터라 올해엔 '남편의 사업 안정' 을 우선으로 꼽을 만하지만 그녀는 오직 '가족의 건강' 만을 앞세운다.

"금전적.정신적 고통을 겪으면서 가족 건강의 중요성을 절감했어요. 평상시 몸관리를 게을리했더라면 남편이나 제가 쓰러졌을테고, 아이들이나 시부모님이 병원 신세라도 졌다면 온전히 집안을 꾸려가지 못했을 겁니다. " 아슬아슬 위태롭게 2000년을 넘긴 유씨의 회고다.

유씨네 가족은 모두 7명. 한 지붕 아래 사는 식구는 유씨 부부와 세 아들 훈섭(중1).주섭(초등3).호섭(4)등 5명이지만 인근 아파트 단지에 따로 사는 시부모 두 분도 한 가족이라고 말한다.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잠시 거처를 달리했을 뿐, 수시로 오가며 한 솥밥을 먹기에 3대가 함께 사는 가정이란 것이다.

이들 가족 구성원은 나름대로 각자 튼튼한 몸을 지키기 위해 열심이다. 시아버지 엄달영(68)씨와 시어머니 신순균(67)씨는 벌써 10년째 매일 새벽 산책을 한다. 특히 시아버지 엄씨는 3년 전 교직을 그만 둔 뒤로 주 3회 서울 근교 산에 오른다.

신씨는 몇년 전 관절염.변비로 고생할 때 며느리의 권유로 시작한 요가 실력이 수준급이다. 요즘은 헬스센터도 다니며 몸매관리까지 한다.

남편 엄씨는 출근 전 인근 모락산 중턱에 있는 체력단련장에서 1시간 가량 운동을 하며 15년째 1백85㎝ 키에 체중 80㎏을 유지하고 있다.

유씨는 요가.에어로빅.수영으로 다져진 단단한 몸을 과시한다.

"나이가 있다보니 자칫 몸에 무리가 올까 우려해 요즘은 요란스럽게 운동을 하지는 않아요. 체력단련장까지 가볍게 뛰어가 맨손 체조로 몸을 풀어주고 윗몸 일으키기 등 몇가지 운동만 합니다. 되돌아 올 때는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정신적인 건강관리를 하지요. " 엄씨의 아침 운동 요령이다.

튼튼한 몸과 더불어 건강한 정신을 챙기는 데는 이만한 게 없단다.

훈섭이와 주섭이는 특별한 운동은 안하지만 어른들을 따라 다니며 쌓은 기본기와 방과 후 학교 운동장을 뛰어다닌 실력으로 운동회 때마다 빠지지 않고 친구들로부터 선수 추천을 받는다.

막내둥이 호섭이는 태권도 학원에 다니지만 아직도 산에 오를 때면 아빠의 무둥타기를 더 좋아한다고. 유씨네 집 어른들은 매년 종합 건강검진을 한다.

시아버지가 6년 전 검진을 받다가 위암을 발견하고 조기에 조치할 수 있었기 때문. 그 뒤로 시댁이나 친정 식구의 생일에 건강검진권이 선물로 등장하기도 했다고. 먹는 것에도 아끼질 않는다.

시어머니 때부터 '보약 한 첩보다 정성이 담긴 한끼 식사가 낫다' 는 생각에 한끼도 거르지 않고 직접 밥상을 차린다. 생선.고기 반찬을 넉넉하게 올리는 대신 야채를 빠뜨리지 않는다.

밥그릇엔 항시 콩.보리.흑미.조 등이 섞인 잡곡밥이 담겨 나온다. 올 겨울엔 '야채냉차' 란 유씨네 특유의 음료도 등장했다.

유씨가 고교동창생에게 배운 건강음료인데 무.무청.우엉.당근.표고버섯 등 다섯가지 재료를 들통에 넣고 푹 끓여서 식힌 뒤 냉장고에 두고 마신다.

"올 소망으로 조금더 욕심을 낸다면 일년내내 가계부에서 병원비를 한푼도 지출하지 않고 보내고 싶어요. " 유씨의 가족 건강 욕심은 끝이 없는 듯했다.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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