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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엄마·아빠 일, 저도 해볼래요 ‘키자니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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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가상의 화재 현장으로 출동한 키자니아 어린이 소방대원들. 소방호수에서 실제로 물까지 뿜어져 나오자 아이들은 마냥 신이 났다.


“자, 이제 도우(피자 반죽)를 손으로 눌러 주세요.” 도우미의 시범이 끝나자마자 실내가 웅성댄다. “왜 나는 자꾸 거품이 나지?” “구멍이 엄지손가락만 하게 났네. 히힛.” 피자 가게 안에서 소란이 일었다. 난쟁이 나라에나 있음 직한 작은 가게 안에서 초등학생들이 나지막한 작업대에 모여 앞치마를 두르고 피자를 만들고 있다. 이는 어린이 직업체험 테마파크 ‘키자니아’의 일상적인 광경이다. 이곳은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실제 크기의 3분의 2로 축소된 인공도시다. 실제 존재하는 국내 기업들이 입주해 어린이들에게 90여 개의 직업을 체험하도록 하는 신개념 테마파크다. 27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 단지 내에서 문을 여는 키자니아에 개장에 앞서 먼저 다녀왔다.

글=서정민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여러분은 지금부터 취재를 나갈 겁니다. 그곳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무엇을 보았는지 적어 오세요. 그럼 사회부는 소방서, 경제부는 비스킷 공장, 체육부는 미니 축구장으로 출발.” 편집국장 역할을 맡은 도우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초등학교 1~2학년 7명이 밖으로 달려나갔다. ‘현장’으로 달려가는 눈빛이 진지하다. 10분 후 돌아온 아이들은 컴퓨터 앞에서 ‘기사’를 작성했다. 체육부 기자 최건(8·신리초등학교)군은 글자를 썼다 지우기를 반복했다. 이 모습을 지켜본 어머니 최은주(35세)씨는 “신문기자가 어떤 일을 하는지 또 신문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말로 설명하기 곤란했는데 지금은 확실히 알겠다”며 “어른들에게도 좋은 공부가 됐다”고 말했다. 40분 동안의 신문사 체험을 마친 아이들은 자신의 이름과 얼굴이 프린트된 신문을 들고 마냥 즐거워했다.

반면 아직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신지환(7·유치원)군은 신문사 체험에는 시큰둥했다. 하지만 지환군은 다음 체험 코너인 피자 가게에선 눈이 반짝거렸다. 고사리손이 부지런히 움직인다. 대답 소리도 제일 크다. 어머니 조장은(37)씨는 “모든 일에 금방 싫증을 느끼는 아이였는데 저렇게 집중한 모습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1 난생 처음 피자를 만들어 본 승범이와 임성이가 피자 도우 올리기를 멋지게 성공시키고 있다. 2 정비사 체험 코너에서 도우미의 설명대로 자동차 내부를 점검하고 있는 아이들. 3 신문사 기자 체험을 마친 아이들은 각자의 얼굴과 이름이 프린트된 신문을 선물 받게 된다.

피자가게 앞 소방센터에서는 유니폼을 갈아입은 대원들이 출동 준비를 하고 있었다. 라디오방송국에서는 둥근 탁자를 사이에 두고 회의가 한창이었다. 2층 TV 방송국에서는 미니 축구 결과와 내일의 날씨를 방영하고 있었다. 직업은 모두 달랐지만 모두 초등학생 어린이가 주인공이었다.

1만842㎡(3300여 평) 부지에 조성된 키자니아 서울에선 90개의 직업을 체험해 볼 수 있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직접 은행원·의사·정비사·소방대원·요리사·뮤지컬 배우 등이 돼볼 수 있다. 중앙일보·MBC·대한항공·SK에너지·롯데제과·이마트·BC카드·배스킨라빈스·던킨도너츠·미스터피자 등도 여기에 미니 회사를 열었다. 현장 진행을 맡은 도우미들은 이들 기업을 통해 미리 실제 작업과정을 교육받았다.

입장료를 내고 항공기 탑승구처럼 생긴 정문을 들어서면 누구나 키자니아의 시민이 될 수 있다. 정해진 코스는 없다. 어린이가 원하는 직업군을 마음대로 골라 체험하면 된다. 코스별 체험 시간은 대략 40분 정도. 한 가지 직업 체험이 끝날 때마다 아이들은 자격증 또는 면허증과 함께 키자니아 공식화폐인 ‘키조’를 받는다. 일을 한 대가다. 키조는 키자니아 내 백화점에서 쇼핑 할 때 사용할 수 있다. 키자니아 은행에 예금도 할 수 있다. 이자도 붙고, 통장과 카드도 발급되므로 다음 번 체험 때 계속 사용할 수 있다.

홍보팀 김영민씨는 “키자니아 오사카점 견학을 하면서 처음에는 과자나 음료수를 사달라고 떼쓰던 아이들이 키조를 받는 순간부터 태도가 달라지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돈을 아껴서 은행에 저금하는 아이들이 눈에 띄게 많았다는 것이다. 놀이를 하듯 재밌게 일해서 돈을 벌고, 그것을 소비하고 또 저축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는 것이다.

키자니아는
‘멋진 어린이의 나라’라는 뜻의 ‘키자니아’는 99년 멕시코에서 처음 시작됐다. 교육과 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에듀테인먼트 시설로 큰 성공을 거둔 후 인도·포르투갈·두바이 등지에 잇따라 설립됐다. 일본 도쿄점(2006년 개장)과 오사카점(2009년 개장)의 연간 방문자 수는 90만 명. 6개월 전에 사전 예약을 해야 입장이 가능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2009년에는 프랑스에서 세계 최고의 브랜드에 수여하는 MAPIC상을 수상했다.

이용 방법
시간 오전 9시30분~오후 2시30분, 오후 3시30분~저녁 8시30분. 5시간 코스다.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다.
입장료 평일 어린이 3만2000원·어른 1만6000원, 주말 어린이 3만5000원·어른 1만8000원.
대상 만 3~16세. 나이대별로 적합한 체험 공간이 구별돼 있다.
문의 및 예약 www.kidzania.co.kr / 1544-5110

[TIP] 키자니아 입장객 ‘위치 추적 장치’ 달지요
키자니아는 90여 개의 작업장이 있는 작은 도시다. 어린이들이 이 안을 자유자재로 돌아다니기 때문에 미아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입장객은 모두 ‘위치 추적 장치’ 칩이 내장된 안전 팔찌를 차야 한다. 안전 팔찌의 고유 신호에 따라 입장객의 위치가 파악된다. 이 도시에선 앰뷸런스·소방차 등이 실제로 돌아다닌다. 모든 차량이 내는 속도는 시속 5㎞ 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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