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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를 다지자] 주식회사가 뭔지 모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중앙일보가 새해부터 펼치는 '기초를 다지자' 시리즈는 일단 2단계로 진행된다.

첫 마당에서는 정치.경제.사회.문화.체육 등 각 분야에서 능력과 열정을 인정받고 있는 전문가 1백명을 선정, 이들이 평소 각자의 현장에서 보고 느꼈던 점을 매일 지면을 통해 제시한다.

특히 원론적 비판은 지양하고 '현장감' 을 최대한 살릴 방침이다.

이는 우리 사회 구석구석의 치부(恥部)를 사례 위주로 드러내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부실한 기초를 독자들이 피부로 느끼고 함께 해결방안을 모색할 것이다.

다음 마당은 독자들의 기고를 중심으로 꾸려간다. 하지만 독자들의 적절한 비판은 1부에서도 그때그때 지면에 적극 반영키로 했다.

또 외국 사례와 전문가 좌담 등을 틈틈이 곁들일 것이다. 이와 함께 각 분야의 본사 전문기자들과 우리 사회 전문가들이 나서 그동안 드러난 문제점을 바로잡고 제대로 된 기초를 다시 세우는 방안을 제시할 것이다.

전문가와 독자들의 지적이 일회성으로 그치는 것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서다. 독자와 함께 하는 우리 사회의 '기초 바로 세우기' 가 선진 한국의 길라잡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독자 의견 접수 : e-메일(opinion@joongang.co.kr).전화(02-751-5039).팩스(02-751-5404)

경영컨설팅 업무가 직업이다 보니 외국계 투자자들이 한국기업에 투자하는 문제를 돕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외국인 투자자들과 구체적인 투자조건 등을 논의하다 보면 항상 벽에 부닥친다. 한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기업에 투자하려고 지분구조 등을 조사하다가 혀를 내두르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도무지 한국기업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의 회사를 보면 주인이 누구인지 모르겠고, 경영진과 이사회는 본분이 뭔지를 망각한 조직인 것 같다" 고 말했다.

주식회사의 '기본' 은 회사의 이사회가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경영자의 잘못된 판단과 횡포로부터 나머지 주주의 이익을 보호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 투자자의 지적처럼 한국기업에는 주주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이사회가 존재하지만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이 투자자의 지적은 계속 이어진다. 자신이 투자를 검토했던 회사의 오너인 A회장이 10%도 안되는 지분을 가지고 있으면서 회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자랑하는 것을 보고 감탄(?)했다고 한다.

또 이 회사의 대표이사 등 경영진이 회사 가치에는 아랑곳없이 지배주주에게 일방적으로 이익을 안겨주는 일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회사의 과거 경영과정을 조사해 보니 이사회 이사들이 오너에게 일방적으로 이익을 안겨주는 안건들을 버젓이 통과시켰더라는 것이다.

특히 이 회사의 소유구조는 여러 계열사들간에 워낙 복잡하게 얽히고 설켜 있어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IBM.코닥.제너럴 모터스(GM) 같은 기업들은 이사회가 주주의 이익을 소홀히한 대표이사를 해임한 전례까지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한국기업은 외국인의 투자에 대한 안전장치가 없어 자신의 돈을 맡길 수 없다는 게 그의 결론이었다. 비단 이 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국내 기업들이 사외이사를 확대하고 있으나 구색 맞추기로 운영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 기업들은 이제 가장 기본적인 주식회사의 원칙대로 회사를 운영하는 시스템을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기업경영도 '유치원 때 배운 대로' 기본으로 돌아가 새출발해야 한다.

정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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