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흑산도 홍어 어획량 증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흑산도 홍어가 돌아왔다.

요즘 흑산도.홍도에서 조업중인 홍어잡이 어선(모두 5척)에는 1척당 하루 20~30마리씩 잡히고 있다. 어부들은 1970년대 후반들어 씨가 마르다시피 했던 홍어가 뚜렷한 증가세를 나타내자 "집 나간 자식이 돌아온 심정" 이라며 신이 났다.

흑산수협에 따르면 홍어 어획량은 올들어 28일까지 32t(6천4백여마리)이 잡혀 9억4천8백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98년 어획고는 4천7백마리, 지난해는 5천3백마리였다.

물론 아직도 수산시장에서 흑산도 홍어를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 워낙 귀한 생선이라 6~8㎏짜리 1마리에 30만~50만원씩에 거래되고 그나마 전국적으로 내로라하는 횟집에서 예약 주문방식으로 싹쓸이해 가기 때문이다.

흑산도 홍어가 많이 잡혔던 70년대 중반 8㎏짜리 한마리가 쌀 한말값에 그쳤던 점을 감안하면 지금은 32배쯤 오른 셈. 그러던 것이 70년대 후반들면서 품귀현상을 빚기 시작했다.

첨단 어군(魚群)탐지기를 갖춘 대형 어선들이 산란을 위해 회귀하는 홍어를 제주 근해와 동지나해 길목에서 저인망으로 씨가 마르도록 싹쓸이해 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97년에는 홍어잡이 배가 단 1척으로 줄어들기도 했다. 그러다 전남 신안군이 기름값과 어구비용을 지원하면서 98년 4척으로 늘고 올들어 또 1척이 가세, 총 5척으로 불어났다.

홍어잡이가 다시 살아나는 까닭은 적정한 수온(8~10℃)이 유지된 데다 한.일 어업협정에 따른 어선 감축으로 대형 저인망 선박이 감소, 홍어가 흑산도.홍도 근해의 산란처로 돌아왔기 때문.

흑산도 홍어의 맛은 저장법이 좌우한다. 솔잎을 깐 항아리에 통째로 넣어 10여일 동안 밀폐시키면 입안이 얼얼할 정도로 톡쏘는 향이 생기고 육질이 부드러워진다.

홍어잡이 어선 청신호의 박문길(朴文吉.45.흑산면 홍도2구)선장은 "서민들도 맛볼 수 있도록 홍어 어획량이 대폭 늘어났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신안=구두훈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