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펀드시장 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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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올해 펀드상품 가운데 주식형을 선택한 투자자들은 울상을 짓고, 채권형을 선택한 투자자들은 함박웃음을 지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다양한 펀드의 등장으로 투자자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은 올 펀드시장의 성과로 기록할 만하다.

특히 주식 편입 비율이 높은 주식형 펀드의 경우 직접투자에 못지 않은 손실이 발생해 펀드 선택의 중요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확인시켰다. 반면 채권형에 투자한 사람들은 의외로 8~10% 가량의 고수익을 올렸다.

◇ 비과세펀드〓올해 펀드상품 중 단연 '베스트' 로 꼽히고 있다. 지난 7월말 시판되기 시작한 비과세펀드의 수익률을 연간으로 환산하면 평균 10.76%에 달한다.

비과세펀드의 절세(節稅)효과를 감안하면 연 7%짜리 은행 정기예금 이자의 두배에 달하는 수익률을 기록한 것이다.

시판 초기에는 이 상품도 못믿겠다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비과세펀드는 안정성이 높은 국공채와 신용등급 A 이상의 우량 회사채에 주로 운용해 부실화 우려를 씻어냈고 지난 27일 설정액 10조원을 돌파했다.

한가지 특이한 것은 당초 회사채형의 수익률이 더 높았으나 12월 들어 국채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국공채의 수익률이 더 높아졌다는 점이다.

국공채형의 연환산 수익률은 10.88%에 달하고 회사채형은 10.64%를 기록하고 있다. 비과세펀드는 한시상품으로 30일 가입이 마감된다.

◇ 하이일드펀드〓올 내내 펀드 부실화의 우려에 시달렸지만 수익률도 비과세펀드 다음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7일 현재 수익률은 평균 10.24%. 이는 대체로 연초 코스닥 공모주가 고수익을 내면서 발생한 것이다.

하반기 들어선 공모주 시장마저 흔들린 데다 투자 부적격 채권의 가격이 떨어져 추가 수익을 내지 못했다.

연초 총 펀드수는 3백6개에 달했으나 지난 11월부터 만기가 돌아오면서 27일 현재 2백27개 펀드가 남아 있다.

설정 잔고도 당초 10조4천3백13억원에서 6조7천5백65억원으로 절반 가량 줄어들었다.

◇ 시가평가펀드〓지난 7월 1일 시가평가제도 도입으로 펀드 수익률 계산이 달라졌다. 따라서 시중 금리의 변화에 맞춰 적극적인 채권 매매가 이뤄졌다. 이 결과 연환산 수익률은 8~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는 채권시장이 국공채를 중심으로 우량 채권과 비우량 채권으로 양극화하면서 채권 매매가 활발했다.

1년 만기 국공채형 시가평가펀드의 경우 9.13%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회사채형은 9.86%의 수익률을 보였다.

하지만 아직까지 잔고가 남아 있는 장부평가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은 7.04%에 그쳤다.

◇ 주식형 수익증권〓투자자들이 활황 때 몰렸다가 바닥에서 큰 손해를 보고 빠져나가는 악순환이 재연됐다.

특히 주식 편입 비중을 최고 70%까지 확대할 수 있는 성장형 수익증권의 경우 연초 대비 수익률이 -38.51%에 달했다.

투자자 개인별로 보면 1억원을 예치한 사람은 3천8백51만원을 날린 셈이다.

주식편입비중이 30% 이상 70% 이하인 안정성장형은 25.16%의 손실을 기록했다. 주식편입 비중이 30% 이하로 제한되는 안정형은 6.49%의 손실이 발생했다.

◇ 뮤추얼펀드〓'지난해 하반기 '묻지마 가입' 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고수익을 내던 뮤추얼펀드는 올해 사실상 퇴출 조치를 받았다.

연초 5조원에 달하던 뮤추얼펀드는 지난 27일 현재 2조8백억원으로 줄었다. 만기가 돌아오는 즉시 펀드가 청산되고 새로 설립되는 뮤추얼펀드는 없기 때문이다.

수익률은 연초 대비 -35.77%에 달했다. 뮤추얼펀드는 수익증권의 투명한 운용으로 인기를 끌었다가 올해 증시가 대세 하락기를 맞으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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