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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주택은행 노조원 해산 했지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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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민.주택은행 노조의 농성 강제 해산을 계기로 두 은행의 영업 정상화 시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는 28일 영업개시 전까지 업무에 복귀하는 노조원에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당근' 과 업무 마비상태가 장기화할 경우 '단계적으로 감독권을 발동하겠다' 는 채찍을 동시에 내놓고 있다.

그러나 두 은행 노조는 여러 방식으로 파업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영업정상화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 영업 정상화 언제나=노조원들은 집행부의 재집결 명령에 따라 이날 오후 고려대로 모였으나 경찰의 봉쇄로 재집결 인원은 1백여명선에 그쳤다.

은행측은 농성이 풀린 후 지점장과 간부들을 총동원해 개별적인 설득에 나섰으나 노조원들은 거점별로 모이거나 '재택파업' 등을 통해 조합원 회유를 피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노조 집행부는 28일에도 조합원들에게 지하철 2호선을 타고 도는 지하철 투어 투쟁과 거리 노숙투쟁을 지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22일 이후 나흘째(영업일 기준) 마비상태에 빠진 두 은행의 영업은 일부 조합원이 복귀한다 하더라도 연말까지는 파행이 불가피하며, 이르면 내년 초에나 정상화가 가능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그러나 농성이 풀린 이날 오후 5시 현재 출근직원이 ▶국민 5천8백54명(40.8%)▶주택 4천95명(34.1%)으로 각각 전날(국민 2천18명.주택 3천5백50명)에 비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 정부는 '채찍과 당근'=이날 경찰 병력이 투입되자마자 정부는 두 은행 노조원 설득을 위한 당근성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날 이근영 금감위원장이 '단계적인 감독권 발동' 을 언급한 것은 정부의 인내에도 한계가 있다는 뜻을 노조에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행 은행법상 정부가 취할 수 있는 감독권은 예금자 보호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예금과 대출을 제한하는 게 있다.

또 영업개시 명령을 계속 어길 경우 6개월까지 영업을 부분적으로 정지시킬 수도 있다. 영업마비 상태가 지속된 지점은 인가를 취소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임직원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임원은 주주총회에서 해임을 권고하고, 직원은 면직.정직.감봉.견책 등 문책을 해당 은행에 요구할 수 있다.

◇ 여전히 겉도는 정부 대책=27일에도 정부대책은 겉돌았다. 타행 직원 및 금감원 직원들을 수혈받아 문을 여는 거점점포는 늘려놓았으나 단순 입출금 업무를 처리하기에도 벅차 고객들의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등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신한.한빛.기업은행을 통한 예금 대지급도 정부의 장담과는 달리 여전히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대지급 은행의 한 전산 관계자는 "국민.주택은행의 핵심 전산 관계자가 적극적으로 협조해줘도 관련 전산문제 해결에 1주일 가량 걸리나 두 은행이 협조를 잘 안해주고 있어 언제쯤 가능할지 모르겠다" 고 말했다.

李금감위원장은 이날 대책회의 후 "우선 팩스조회로 예금 대지급이 이뤄지게 하겠다" 고 했으나 이 역시 불가능한 상황이다.

신한은행 Y지점만 해도 국민.주택은행 고객들이 1천명이나 몰려들었는데, 한 고객의 통장사본을 팩스로 보내 사실조회를 한 뒤 계좌를 새로 터 예금을 지급하기까지 20분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거의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다.

은행 관계자는 "직원이 부족해 본점의 지원까지 받았지만 각종 문의전화에 업무가 여전히 마비상태" 라고 말했다.

신예리.정경민 기자

사진=장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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