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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보험공사, 부실기업주 등에 소송 제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예금보험공사는 기업들이 퇴출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쓰고도 이를 갚지 않기 위해 숨겨둔 재산을 찾아내는 작업에 나섰다.

예보는 그동안 부실 금융기관의 임직원에 대해서만 부실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재산을 압류하고 검찰고발 등의 조치를 취했었다.

부실 금융기관 회생을 위해 그동안 1백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이 투입됐지만 정작 그 금융기관을 망하게 만든 기업.개인 등 대출자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처벌이 없어서 이에 대한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21조원이라는 공적자금을 삼켜버린 대우그룹의 김우중 전 회장도 1년 넘게 해외에 체류하고 있으나 조사 한번 제대로 받지 않았다.

예보는 내년부터 금융기관 부실에 책임이 있는 기업에 대한 실사를 벌여 은닉재산뿐 아니라 부실책임까지 가려낸다는 방침이다.

당연히 손해배상 소송도 불사한다는 것이다. 예보가 이같이 대출금을 떼어먹은 측에 대한 조사를 벌일 수 있게 된 것은 최근 국회에서 예금자보호법이 개정돼 예보가 부실기업에 대한 직접조사권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김천수 예보이사는 "부실기업주와 임원은 채권금융기관에서 회사 명의로 돈을 빌릴 때 연대보증을 섰기 때문에 회사가 빚을 못갚을 경우 대신 갚을 의무가 있다" 며 "이번 조사에서 이들이 빚을 갚지 않기 위해 금융기관이 영업정지되기 전후에 친구나 친지의 이름으로 재산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고 밝혔다.

그는 "이번에 밝혀진 것은 일부에 지나지 않고 개정된 예금자보호법이 공포되면 곧바로 이들 기업을 포함한 부실기업에 대한 실사를 벌여 기업주 등 관련자에 대해 손해배상청구 등을 해나갈 계획" 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재산을 숨겼다가 들킨 채무자들은 대부분 비슷한 방법으로 재산을 빼돌렸다.

새한종금의 대주주이자 연대보증 채무자(채무액 1천억원)인 나승렬(羅承烈)전 거평그룹 회장은 새한종금이 영업정지되기 석달 전인 1998년 2월 20일 서울 강남에 갖고 있던 시가 7억원의 아파트를 처남 명의로 처분금지 가처분조치를 취한 뒤 같은 해 12월 처남에게 소유권을 넘겼다가 다음해 1월 제3자에게 판 것으로 드러났다.

한길종금에 30억원의 채무가 있는 박영일(朴泳逸)전 대농그룹 회장은 회사 부도 직후인 97년 8월 6일 전남 진도에 갖고 있던 시가 1억6천만원의 임야(3만1천9백80평)를 지인에게 팔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송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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