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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2년간 이발 봉사해 온 김안순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60대 할머니가 2년 동안 산간 오지를 돌며 불우 이웃의 머리를 무료로 깎아 주고 있다.

전북 남원시 금지면 택내리에 사는 김안순(金安順.62)씨가 주인공. 金씨는 일주일에 이틀씩 남원시 산동면.금지면 등 지리산 자락의 마을 50여곳을 찾아가 혼자 사는 노인과 소년소녀 가장 등에게 이발을 해주고 있다.

이 마을에는 이발소와 미용실이 없어 머리를 깎으려면 1시간 가량 버스를 타고 시내까지 가야 한다.

대부분 지역이 군내버스를 타고 간 뒤 다시 한참씩 걸어 들어가야 하는 곳이라 다리품이 이발의 손품 이상 든다.

지금까지 6백여명을 이발해 준 金씨가 '사랑의 가위질' 을 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월. 자신이 다니던 교회에서 일주일간 선교활동을 하러 일본에 갔다오면서부터다.

"일본에서 오갈 데 없는 노숙자와 노인들이 맥빠진 모습으로 시내를 배회하는 걸 보고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뭔가 도움을 줘야겠다고 결심했죠. "

그는 귀국하자마자 1983년 세상을 떠난 남편이 이발소를 운영하면서 썼던 가위.면도기 등을 챙겼다. 그리고 옛날에 어깨 너머로 배웠던 솜씨로 외진 마을을 돌며 머리를 깎아주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머리를 이상하게 만들어 놓았다고 싫은 소리를 듣기도 했어요. 그러나 지금은 솜씨가 붙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고맙다면서 먹거리를 싸주기도 합니다. "

그는 최근 들어 활동지역을 임실군.고창군으로까지 넓혀가고 있다. 金씨는 "공기가 맑은 산골을 돌아다니다 보니 내 건강도 좋아지고, 늙은 몸으로 남을 위해 좋은 일을 한다는 보람을 느껴 마음도 항상 기쁘다" 고 말했다.

남원=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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