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010 국가 리더십 탐색 ① 34인 정치 리더들이 본 리더십의 조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통합의 정치 가능한가=한국 정치는 지금 ‘세종시 문제’ 하나만 놓고도 갈기갈기 찢겨져 있다. 34인이 진단한 한국 정치의 문제점은 ‘갈등’, 그리고 해법은 ‘통합’이었다. 현실정치에서 벗어나 있는 인사들이 더 가혹한 진단을 내렸다. 이철 전 의원은 “얼치기 보수가 반대파를 척결하려는 난투장과 같은 정치판, 그리고 ‘내 맘대로’ 하는 얼치기 진보가 반대파들을 수구꼴통으로 몰아 대결하려는 극단적 분파주의를 극복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박찬종 전 의원은 “시대정신은 지역통합과 정치개혁인데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했다.

대선이 있는 2012년의 시대정신을 묻는 질문에 각 당 대표는 “국민을 하나로 통합시키는 리더십”(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양극화 해소를 위한 질 좋은 성장”(정세균 민주당 대표), “국민통합과 국가 대개조”(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라고 답했다.

그래서 통합의 정치를 품어낼 수 있는 ‘큰 틀’의 변화를 해법으로 제시한 인사도 많았다. 이회창 총재는 “강소국 연방제의 개헌을 통한 국가개조론”을, 이홍구 전 총리는 “헌법 개정”을 역설했다. 이부영 전 의원은 “이념 싸움을 지양하고 복지국가론과 생활진보의 기치를 내건 통합대중진보정당론”을 주장했다.

2012년에 도래할 국제질서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었다. 박철언 전 의원은 “2012년 북한은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을 맞아 3대 권력승계를 공식 선언할 수 있고, 중국은 4세대 지도자인 후진타오가 물러나고 시진핑을 중심으로 제5세대가 전면에 나선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한다.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의 리더십이 급변할 수 있는 만큼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오바마 대통령의 미국이 직면하고 있듯이 2012년 한국의 시대정신은 결핍과 좌절의 치유가 될 것”이라며 “상대방을 적으로 돌리지 않고, 공동체적 조화를 통한 통합의 정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트라우마(상처), 그리고 극복=80년대 민주화 vs 산업화 세력의 대결, 90년대 3김정치 vs 탈지역주의, 2000년대 보수 vs 진보. 10년 단위로 한국 정치는 굵직한 시대정신을 놓고 진영 싸움을 해왔다. 34인은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정치적 상처를 입었다. 이들이 기억에 남는다고 꼽은 건 분열의 정치였다. 특히 진영 내부의 분열이 아팠다고 했다.

‘80년대의 양김 분열’(이철), ‘95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계 복귀와 야권 분열’(이부영), ‘2003년 민주당 분당과 열린우리당 창당’(정대철·박상천),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권영길) 등의 답변이 대표적이다.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에 대해 정대철 전 민주당 대표는 “원치 않던 창당이었으나 합류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대선 패배는 개인이나 집단에 깊은 정치적 상처를 남긴다. ‘승자 독식주의’인 5년 단임제 대통령 국가의 숙명이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97년, 2002년 두 차례 대선 당시의 중상모략”을, 정동영 의원은 “2007년 대선 패배”를,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2002년 대선”을,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2007년 한나라당 탈당”을 정치적 고비로 꼽았다. 손 전 대표는 “중도통합의 가치와 남북화해협력의 가치를 한나라당에선 실현할 수 없어 탈당했다”며 “하지만 (통합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패배해 실패했다”고 말했다.

현 여권 인사들이 잊을 수 없다고 한 건 2004년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 후폭풍이었다. 안상수·홍준표·원희룡 의원 등은 “탄핵 전 여론조사에서 찬성한다는 의견이 많았으나 막상 탄핵안이 가결되자 민심이 돌변했다”고 회고했다.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에 대한 경계도 귀담아들어야 할 대목이었다. 박태준 전 총리는 “정치인이 국익과 관련해 개인의 신념을 어느 선까지 표출할 수 있느냐가 요즘 내 고민”이라고 했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매일매일이 포퓰리즘과 싸우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정치 인생에서 최대의 고비’를 묻는 질문에 김덕룡 대통령 국민통합특보는 “3당 합당”을 꼽은 뒤 “굳이 말하자면 그게 평화적인 민주화의 길이라고 믿었다”고 했다.

◆정치란 뭔가=영화 ‘웰컴투 동막골’에서 이장은 “뭘 마이 멕이야 돼”라는 촌철살인으로 정치의 기술을 설파했다. 34인이 말하는 ‘정치의 존재 이유’는 뭘까.

“종합 처방을 다루는 곳”(박희태), “사회 변화의 동력을 일으키는 것”(김근태), “재판이 개개의 사건에서 정의를 세우는 것이라면 정치는 국가적·국민적 차원에서 정의를 세우는 것”(이회창),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박주선), “모든 갈등을 통합할 수단”(홍준표) 등의 대답이 나왔다.

특별취재팀

◆ 외부 연구·자문위원=박찬욱(차기 한국정치학회장)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정용덕(전 한국행정학회장)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전용욱(차기 한국경영학회장)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 김기봉(문화사학회회장) 경기대 사학과 교수, 곽준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송종길 경기대 다중매체영상학부 교수, 박찬희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 안민호 숙명여대 정보방송학과 교수

◆ 중앙일보=이상일 정치데스크, 김택환 멀티미디어랩 소장, 신창운 여론조사전문기자, 박승희· 강민석 차장, 고정애 기자, 홍유진 인턴기자

◆ 중앙SUNDAY=전영기 편집국장, 이정민 정치에디터, 신용호 정치팀장

알려왔습니다  ‘전·현직 정치 리더 34인이 본 한국 정치’ 그래픽에서 민주당 한화갑 전 대표가 차기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높은 인물로 ‘제3의 인물’과 ‘박근혜’를 꼽은 것으로 돼 있으나 한 전 대표는 본인의 뜻과 달리 비서가 임의로 적어서 낸 것이라고 알려왔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