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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중앙아시아 영향력 높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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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중앙아시아 패권을 겨냥한 미국과 러시아의 물밑 힘겨루기가 치열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7일 중앙아시아 타지키스탄에 러시아 군기지 창설을 공식 선언하는 기념식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중앙아시아 안보를 중시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타지키스탄 군대에 대한 훈련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박3일간의 중국 방문에 이어 16일부터 타지키스탄의 수도 두샨베를 방문 중이다.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국방장관도 "타지키스탄 군기지는 중앙아시아 지역 안보에 전략적 중요성을 갖는다"고 강조했다.

타지키스탄에 건설된 이 러시아 기지는 소련 시절부터 이 지역에 주둔해온 201 기계화 보병사단을 주축으로 건설됐다. 5000명 규모의 보병 병력과 공군 비행단 등으로 구성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러시아는 지난해 키르기스스탄에 공군기지를 개설한 데 이어 중앙아시아 지역에 또 다른 군사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 러시아의 타지키스탄 내 군사기지 건설은 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 등에 군사력을 배치하고 있는 미군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러시아는 미국의 집요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6월 에모말리 라흐모노프 타지키스탄 대통령과 영구 군사기지 건설에 합의했다. 미국은 그때까지 타지키스탄 정부에 경제지원 등을 약속하며 러시아에 군사기지 건설을 허용치 말라고 부추겨 왔다.

러시아는 타지키스탄 군사기지 건설에 앞서 지난 8월 말 중앙아시아협력기구(CACO)에도 가입, 이 지역에 대한 영향력 확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CACO는 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 등 4개국 모임이다. 한편 미국도 중앙아시아에 대한 군사적 포석을 착착 마련하고 있다. 워싱턴은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종료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자국 병력을 주둔시켜 오고 있다. 또 친미 성향의 그루지야에서는 2002년 그루지야군의 테러 대응 능력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군사훈련을 했으며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도 군사고문단을 파견하고 있다.

러시아와 미국이 중앙아시아 지역의 패권을 다투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지정학적 중요성이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교량 지대이기 때문이다. 둘째, 에너지 안보 문제다.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90년대 초반부터 중앙아시아와 카스피해의 석유.가스 자원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모스크바=유철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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