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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남북시대 송년특집] 북 경제 결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당 창건 55돌을 맞으면서 인민경제 여러 부문에서 경제강국 건설을 위한 토대가 마련됐다."

북한이 올해를 마감하면서 내린 실적평가다. 경제재건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기틀은 다소 마련했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다.

북한의 올해 예산 운영을 보면 에너지.수송.농업.과학기술 분야가 중심고리였던 것으로 확인된다. 북한은 전력난 해소를 위해 안변청년발전소.태천5호발전소 등을 건설했으며 평양~남포간 고속도로(46.3㎞)와 강계~양림간 강계선 철도(56.8㎞)의 전기화공사를 마무리하는 등 수송문제 해결에 노력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농경지 정리에 힘을 쏟아 지난 5월 5만5천정보에 달하는 평북지역의 정리작업을 완료했고 9월부터는 황남지역의 정리에 나서고 있다.

그밖에 자강도.양강도.평북 등지에 닭공장.돼지공장 등 축산단지를 조성하고 거의 모든 도에서 첨단 자동화시스템을 갖춘 양어장.식료공장을 새로 짓느라 부산했다.

북한 내각은 일부 산업구조 조정에 나서 연합기업소.종합기업소 중심의 협동생산체계를 확립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올해를 '실력전' 의 해로 규정, 각 분야 간부들의 실력양성을 촉구하는 한편 경제관료들의 해외연수를 추진하는 등 실용주의 면모를 보였다.

북한은 자구노력과 해외지원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긴급 현안이던 에너지난.식량난 등을 자체적으로 거의 해결하지 못하고 한해를 넘기게 됐다.

에너지 부족은 북측이 4차 남북 장관급회담에서 50만㎾의 전력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다급하다. 식량생산량은 지난해보다 1백만t 이상 줄어든 3백26만t에 그쳐 내년의 부족분은 2백20만t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북한은 올해 벽두부터 '과학기술중시' 를 '사상중시' '총대중시' 와 함께 강성대국의 3대 기둥으로 설정하고 이 부문에 주력했다.

특히 경제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지식집약형 첨단산업.정보화산업.컴퓨터프로그램 개발 등에 중점을 뒀다.

정보화산업에서는 국가차원의 컴퓨터 네트워크(intranet) 구축에 힘을 쏟았다. 평양과 각 도의 주요 도시를 광통신망으로 연결했고, 인민대학습당.중앙과학기술통보사 등의 데이터베이스에 수록된 각종 정보를 지방이나 산업현장에서도 검색할 수 있도록 만든 전자도서관이 등장했다.

북한은 또 인터넷의 세계적 추세를 염두에 두고 인터넷망 연결을 위한 준비작업에도 공을 들였다. 특히 해커의 침입이나 자본주의문화의 침투를 막을 수 있는 독자적인 보안시스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북한은 컴퓨터프로그램에서도 독자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에 치중, 음성.지문 인식 등 각종 인식 기술과 외국어 기계번역 분야는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과학기술분야에서 여전히 '자력갱생' 을 지나치게 강조했는데 이는 해외기술을 적극 도입할 만한 여건이 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대외경제교류 확대 노력과 관련, 흥미로운 점은 지난 10년간 소원한 관계를 유지해온 구(舊)사회주의국가들과 각종 경제무역협정을 체결함으로써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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