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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국 핀란드의 원동력 제대로 알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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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제 이야기보다 책 이야기를 많이 써 주세요.”

이호진 주 핀란드 대사의 부인으로,『핀란드 경쟁력 100』(비아북)를 옮긴 조정주(54·사진) 씨는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조심스러워 했다. 그가 번역한 책은 ‘강소국(强小國)’ 핀란드의 오늘을 있게 한 이런저런 제도의 연원과 운영방식을 설명한 것이다. ‘핀란드가 말하는’이란 부제처럼 시민단체 대표부터 총리까지 그 나라의 각계 오피니언 리더들이 필진으로 참여했다. 핀란드 정부가 홍보용으로 배포하기도 하는 ‘공식 알리미 책’이다. 마침 공관장회의 참석하는 부군과 함께 귀국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20년 넘게 내조만 하던 그가 책을 번역할 생각을 하게 된 것은 2008년 10월 무렵. “외교단 리셉션에서 우연히 책을 엮은 일까 따이팔레 헬싱키대 교수를 만났어요. 간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여서 핀란드를 제대로 알고 싶다 했더니 영문판 책을 보냈더라고요.”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외국생활을 오래 했던 만큼 책은 쉽게 읽히더란다. 그런데 읽다 보니 국내에 소개하고 싶은 욕심이 나더라고. 핀란드에 대한 관심에 비해 그 실상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면 핀란드 교사들은 교과과정을 자기 손으로 마련하긴 하지만, 그들은 모두 석사 이상이라는 것이다. 가고 싶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4수, 5수 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런데 잠시 다녀간 분들은 이런 사정을 모르고 교사의 자율, 경쟁 없는 입시제도를 핀란드 교육의 특성이라 주장하는 듯했거든요.”

그가 꼽는 핀란드식 제도의 장점이 궁금했다.

“노인과 장애인을 돌보는 가족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가정간호수당’, 학생들에게 따뜻한 음식을 제공하는 ‘무료 학교급식’, 3%의 문제집단을 지원하는 비용이 이들이 일으키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드는 비용보다 저렴하다는 ‘3% 이론’에 근거해 노숙자들에게 재활서비스와 주택지원을 하는 ‘Y-재단’ 등 부러운 게 많지요.”

더구나 시민들이 먼저 나서 해결책을 모색하면 그 다음에 전문가 참여, 정부 지원으로 이어지는 방식으로 마련되는 점이 부럽다고 했다. 물론 “핀란드 제도를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겠지요. 하지만 천연자원이 부족해 인재육성을 국가경쟁력의 발판으로 삼아야 하는 것은 핀란드나 우리나 비슷하니까 눈여겨볼 것이 많아요” 란 단서를 달았다. 하지만 기저귀· 장난감 등 육아용품과 육아안내서, 아기용 그림책을 제공하는 ‘무료 산모육아용품 세트’제도 등은 당장 시행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출산장려금을 주는 것보다 비용도 적게 들고 신생아들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알릴 수도 있다는 설명이었다. 이런 희망과 안타까움에서 시작한 번역은 10개월이 걸렸단다. 그러고도 대사관 현지직원들이 핀란드어 판과 대조하느라 지난해 9월에서야 탈고했다.

“처음엔 아는 이들에게만 돌리려고 조촐하게 만들었는데 주한핀란드 대사관에서도 책이 필요하다 하고…”

시판용 책을 내놓고 보니 시민운동가와 정책결정자들이 읽어주었으면 좋겠다는 그는 번역 인세 전액을 아동구호기관에 기부할 예정이라 했다. 내용만큼 번역를 하게 된 의미도 뜻 깊은 책으로 읽혔다.

글=김성희 기자
사진=조제경 대학생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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