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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이회창·정몽준이 이끄는 학익진 3각구도

중앙선데이

입력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표 보는 법=‘평가항목 전체 언급 횟수’의 만점은 10점이다. 박근혜가 받은 점수 4.5는 10개 항목의 자질별로 ‘가장 뛰어난 사람이 누구냐. 두 사람을 1, 2순위로 말씀해 보시오’라는 10회의 질문에 박근혜가 평균 4.5회 언급되었다는 뜻이다. ‘평가 응답자 비율’에서 박근혜 1순위 비율 50.9%는 응답자 1000명 가운데 509명이 박근혜를 가장 빈번하게, 높게 평가했다는 뜻이다. 2순위로 평가한 사람이 276명이니 합치면 1000명 가운데 785명이 박근혜를 최소 2순위 이상으로 꼽았다는 의미다. 공동 순위가 있어 전체 비율은 100%가 넘는다.

‘2010 국가리더십 탐색’은 유권자 1000명에게 잠재적 대선예비후보 11명의 자질에 대해 물었다. 자질 평가는 10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도덕성, 추진력(업적), 위기대응능력, 대중소통능력, 비전(시대정신), 통합능력(정치력), 조직력(지지세력), 권력의지(도전의지), 재정 및 후원금, 뉴미디어 이용능력이다. 11명의 후보군은 지난 5년간 국민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3% 이상 얻은 적이 한 번 이상 있는 현직 정치인으로 구성됐다.

예를 들어 ‘도덕성 항목에서 자질이 뛰어난 잠재적 예비후보 두 명이 누구인가’ 물었더니 응답자들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22.7%),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8.7%), 오세훈 서울시장(6.7%),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5.7%) 순으로 대답했다. 나머지 인물은 한명숙 전 총리(5.2%),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5.0%),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4.8%),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4.2%), 정운찬 총리(2.8%), 김문수 경기지사, 정세균 민주당 대표(0.8%) 순이다(상세한 내용은 중앙일보 2월 18일자에 보도 예정).
10개 항목 전체를 분석한 결과 각 응답자는 10회 질문 가운데 박근혜 전 대표를 평균 4.5회 대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몽준 대표는 2.3회, 오세훈 시장·이회창 총재는 1.3회, 정동영 전 장관은 1.1회로 분석됐다.<표 참조>

응답자의 머릿속에 어떻게 물어보든 박 전 대표가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선거 실전에서 유권자는 ‘구도’ 속에서 후보자를 선택한다. 구도는 후보자들이 확정된 뒤에야 완성된다. 구도는 후보와 후보 사이의 상대적 관계이며 이런 조건에서 유권자의 선택이 이뤄진다. 그런 점에서 이번 조사는 한국정치의 미래구도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는 의미가 있다.

기획은 단순 여론조사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리더의 자질을 10개 항목으로 나눠 조사했다. 이를 바탕으로 이른바 ‘다차원적 척도(Multi Dimensional Scaling)’분석을 했다. 다차원적 척도 분석이란 분석 대상끼리의 관계를 규명하는 데 유용한 통계적 방법론이다. 정치세계에선 경쟁자 간 구도를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 11명 가운데 2명씩 짝지어지는 관계쌍은 55개다. 통계적인 처리를 통해 55개 쌍의 관계값을 구하면 자연스럽게 그룹들의 형성과 그룹 간 거리를 알 수 있다.

이들 그룹의 위치와 거리를 잘 볼 수 있게 2차원의 기하학적 공간에 표시한 게 ‘잠재적 대선예비후보 11인의 기하학적 거리’(그림 참조)다. 11인의 기하학적 거리 그림은 응답자의 생각·심정·가치관 등 매우 다양한 측면을 담고 있어 특정 시점에서 민심의 한 단면만 보여주는 단순지지 여론조사보다 입체적이다. 개별 지지도가 요동쳐도 개인·그룹의 관계구도까지 변하는 건 아니어서 실전상황을 상대적으로 잘 예측할 수 있다.

기하학적 거리에서 X축은 당선 가능성과 관련된 축이다. 왼쪽일수록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Y축은 정파적 구분과 관련된 축이다. 아래로 갈수록 여당 성향, 위로 갈수록 야당 성향을 설명한다고 볼 수 있다.2차원의 기하학적 공간에서 대략 3개의 차별적 그룹이 발견되었다. 그림에서처럼 우측 하단 안팎에 정몽준·오세훈·김문수·정운찬 4명의 여권 잠재후보들이 포진했다. 우측 상단엔 야권 잠재후보들인 이회창·정동영·유시민·손학규·한명숙·정세균 6명의 또 다른 그룹이 형성됐다.

이 두 그룹과 멀리 떨어져 박근혜 전 대표는 좌측 깊숙이 Y축 중간쯤에 독자적으로 위치했다. 전체적으로 박근혜·이회창·정몽준을 정점으로 한 삼각 구도가 그려진다. 박 전 대표가 중앙의 앞 꼭짓점에서 중심을 잡고 정 대표와 이 총재가 각각 여권과 야권 후보군들을 선도하면서 양 날개처럼 포진하고 있는 학익진(鶴翼陣) 모양새다.박 전 대표가 특히 Y축의 거의 중간에 여야 후보군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중립적 위치를 점한 것은 그가 여야 지지층 양쪽으로부터 골고루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뜻이다.

박 전 대표의 특별한 포지션은 그를 1위로 평가한 응답자를 뺀 나머지 10명의 응답자 그룹들도 모두 2순위 평가자(공동 1순위 포함)로 박 전 대표를 꼽았다는 점이다.<표 참조> 다른 10명을 1순위로 응답한 그룹 모두가 박 전 대표를 2순위 지지자로 꼽고 있기에 기하학적 거리에서 박 전 대표를 다른 어떤 예비후보들과 가깝게 위치시키기 어려운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정몽준 1위 평가 그룹의 61%, 이회창 1위 평가 그룹의 64%가 박 전 대표를 공동 1순위 또는 2순위로 평가했다. 야권에서 정동영 1위 평가그룹의 63%가 박 전 대표를 2순위로 올린 건 의외였다. 유시민·한명숙·정세균 지지그룹에서 그 비율이 40%대로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박 전 대표를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정운찬 지지그룹에선 47%가 박 전 대표를 2순위로 평가했는데, 여권 후보군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가장 낮은 비율이었다.

역으로 박근혜 지지그룹이 2순위로 평가한 사람은 정몽준 대표와 이회창 총재가 각기 30%로 똑같았다. 이어 21%가 정동영 전 장관, 19%가 오세훈 서울시장을 차순위로 평가했다. 정운찬 총리는 10%로 가장 낮았다(공동 순위가 함께 계산되기에 전체 합은 100%를 초과함). 자신이 가장 높게 평가하는 후보가 실제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로 나서지 못할 경우 2순위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2순위 평가 후보를 매개로 한 각 후보 간 연관성을 분석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안민호 숙명대 교수,전영기 중앙SUNDAY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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