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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샘] 특별상 흥정 벌이는 일본 애니 수입사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4면

일본 애니메이션 수입사들이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영화제측과 특별상 흥정을 벌이고 있다.

국내에서 돌풍을 일으킬 만한 대작들이 극장용 일본 애니메이션 개방 조건인 '국제영화제 수상 경력' 을 만족시키지 못해 국내 개봉이 어렵게 되자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영화제에라도 출품해 특별상을 받겠다는 계산이다.

24일 폐막할 부천국제대학애니메이션페스티벌의 한창완 사무국장(세종대 교수)은 "일본 애니메이션 판권을 가진 수입사들이 특별상을 바라고 영화제에 대작을 출품하는 게 사실" 이라며 "이번 영화제에 선보이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이웃의 토토로' (1988) 역시 특별상 수여를 진지하게 협상중" 이라고 밝혔다.

한 교수는 "꼭 상을 준다는 약속을 하고 출품 받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이점이 없다면 수입사들로부터 쉽게 작품을 받아내기 어려웠을 것" 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미국에서 8천5백만달러(약9백30억원)의 흥행수익을 올린 '포켓몬스터-뮤츠의 역습' 은 국제영화제 수상경력이 없어 국내 상영을 못하다가 지난 7월 부산국제판타스틱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특별상을 받아 23일 개봉하게 됐다.

일본에서 1조3천억엔(약13조원)의 흥행수익을 올린 '원령공주' (1997)도 같은 방식으로 개봉을 추진중이다.

"폭력.선정성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작품성이 뛰어난데도 개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수입사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 이라는 관계자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수입사의 뻔한 속셈에 장단을 맞추는 일부 영화제의 행보에는 눈살이 찌푸려진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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