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성방송 앞으로가 문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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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어제 방송위원회가 한국통신과 방송 3사 등이 주축이 된 한국디지털위성방송(KDB)을 위성방송 사업자로 선정함으로써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을 끌어온 위성방송 사업자 선정 논의가 일단락됐다.

심사과정에서 최대한의 공정성.객관성.투명성을 유지했다는 방송위원회측 설명에도 불구하고 두 컨소시엄간 경쟁이 워낙 치열했던 터라 뒷말이 아주 없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점에서 방송위원회가 탈락한 사업자의 인적.물적.기술적 자원을 위성방송 사업에 최대한 활용토록 권고한 것은 다행스러운 결정이다.

이제 남은 문제는 우여곡절 끝에 사업권을 따낸 KDB가 과연 디지털.다채널.양방향성.광역성으로 요약되는 제2의 '방송혁명' 을 차질없이 이뤄낼 수 있느냐에 있다.

그러나 우려되는 점이 없지 않다. 우선 KDB가 제시한 사업계획이 지나치게 장밋빛 일색 아닌가 하는 점이다. KDB는 당장 내년 10월부터 상용서비스에 들어가 4년 내 2백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5년차부터 당기순이익을 낸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말 그대로 위성방송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 쯤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이를 위해 KDB의 1백60개 참여 업체가 2005년까지 2조4천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는데 '제2의 경제위기' 가 눈앞의 현실로 닥친 상황에서 과연 이같은 계획이 현실성을 가질 수 있을지 냉정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콘텐츠 확보도 문제다. KDB는 74개로 시작해 2005년까지 1백14개로 채널을 늘릴 계획이라고 하는데, 과연 이를 다 채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차질없이 확보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상파방송 3사가 참여하고 있는 KDB가 심사에서 유리한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물론 부족하다.

KDB는 6백억원을 들여 콘텐츠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자칫 엉터리 저질 콘텐츠만 양산하는 결과를 빚을 수도 있다.

그런 만큼 독립제작사에 대한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프로그램 제작 지원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위성방송은 흑백TV에서 컬러TV로 넘어가는 변화 이상의 혁명적 방송 환경의 재편을 예고하고 있다.

또 경제 전반에 걸쳐 부가가치 창출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가 1990년대 초부터 위성방송 도입 논의에 착수한 것도 그런 배경에서였지만 준비 부족과 원칙 부재로 시행착오를 되풀이하면서 돈과 시간만 낭비한 꼴이 됐다.

한해 수십억원씩 날리면서 할일없이 공중에 떠있는 무궁화위성 1, 2호가 대표적 사례다. 방송위원회는 위성방송의 조기 정착과 성공적 운영에 만전을 기함으로써 정부의 정책 실패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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