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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현장 이 문제] 문중 임야 공원 지정 논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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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고교 교장을 끝으로 1998년9월 퇴직하고 문중(광산 김씨 문민공파 녹동문중) 일을 보는 김용주(65.광주시 동구 운림동)씨. 그는 요즘 분을 못 이겨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

"나도 40여년 동안 공직에 몸담았던 사람이지만, 우리 공무원들이 이런 정도인 줄은 몰랐습니다. "

그는 광주시 동구 소태동의 선산 땅 매각 및 제각 건립 문제로 지난해 여름부터 동구 직원들과 수도 없이 만나 왔다.

선산 중 약 5천평을 92년부터 쓰레기장(비위생매립장)으로 빌려 줬었는데 구청측이 팔라고 해 구청측과 매매 절차를 밟았다.

그러다 지난 4일 제각 건축허가를 받기 위해 구청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담당공무원은 공원이 들어설 곳이라서 허가가 불가능하다며 한 지방일간지 광고면의 공람공고 복사본을 내밀었다.

선산 5만여평 대부분을 포함한 10만여평을 공원으로 지정할 계획이니 의견이 있으면 제출하라는 내용이었다. 공고가 약 한달 전 이뤄졌고 의견 접수도 '의견 없음' 이라고 보름 전에 이미 마감한 상태였다.

땅 주인도 모르는 새 이럴 수 있느냐고 따져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담당공무원들은 "법규상 토지소유주들에게 개별 통보해주라는 조항은 없다" 고 답변할 뿐이었다.

"땅을 일부만 팔라고 협상하면서 몰래 선산을 거의 다 공원으로 묶기 위해 선을 긋고 있었다니… 앞을 보고 웃는 사이 뒤통수를 때린 셈입니다. "

공원 계획 의도가 말이 좋아 도시민의 여가활용시설을 만드는 것이지, 사실상 골프연습장을 세워 경영수익을 올리기 위한 것임을 알고는 다시 한번 분통을 터뜨려야 했다.

동구의 행정개혁기획단.환경관리사업소.도시개발계.재산관리계 등 관련 부서들은 각각 "공원 기획만 담당했을 뿐" "우리와는 무관한 일" "공람공고 절차만 밟아 줬을 뿐" "땅 매입 외엔 우린 모르는 일" 이라고 모두 발뺌했다.

金씨는 "주민을, 한 사람도 아니고 문중을 이렇게 농락해도 되느냐" 며 "괘씸해서도 땅 매각과 공원 지정.조성에 협조할 수 없다는 게 집안 사람들의 이야기다" 고 말했다.

◇ 소태동 도시공원 계획=옛날에 쓰레기를 묻었다 되파낸 비위생매립장 자리(광산 김씨 문중 소유)등을 활용해 조성하려 하고 있다.

바랑산과 매봉에 전망대를 세우고 등산로를 놓는 한편 인근 위생매립장도 장차 매립 완료 후 자연관찰 학습장으로 꾸민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주요 목적은 비위생매립장 자리에 골프연습장을 조성하는 데 있다. 개발제한구역이어서 그냥은 골프연습장을 만들 수 없자 공원을 지정해 그 시설 중 하나로 설치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공원은 시설물의 비율이 공원 전체 면적의 40%를 넘을 수 없어 주변 땅까지 공원지구로 지정하려 하는 것이다.

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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