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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핫뉴스] 장씨 소속사 동료 진술 나오자 경찰 수사 탄력

중앙일보

입력

‘CCTV 촬영된 내 집에 숨어 사는 여자 섬뜩해’. 2009년 기축년 (己丑年), Joins에서 네티즌이 가장 많이 본 뉴스입니다. 지난해 12월 10일 게재된 기사인데요. 모두 126만6000여명(순독자 기준)이 클릭했습니다. 한 네티즌이 자신의 집에서 자꾸 음식이 없어져 CCTV를 확인한 결과 노숙자 여성이 몰래 살고 있었다는 내용입니다. 조인스닷컴은 12일부터 15일 설 연휴기간 동안 분야별로 나눠 지난 한해동안 Joins에서 가장 많이 본 기사들을 되짚어 보여드립니다. 오늘은 두 번째 날로 연예 부분을 정리했습니다.

#장씨 소속사 동료 진술 나오자 경찰 수사 탄력

지난해 3월 경기도 분당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신인 탤런트 장자연. 자살 일주일 후 그가 생전에 기획사로부터 술접대와 잠자리를 강요받고 폭행을 당했다고 고백한 문건이 공개돼 파문이 일었습니다. 경찰은 이른바 ‘장자연 문건’이 공개된 후 수사팀을 꾸려 문건에 거론됐거나 유족에 의해 고소당한 유력인사, 전 매니저 등을 상대로 수사를 벌였죠. 고인의 전 기획사 대표 김모씨와 전 매니저 유모씨가 기소됐습니다. 지난 10일 유씨의 대한 6번째 공판이 진행됐는데 별 진전 없이 끝났다고 합니다. 다음 7차 공판은 3월 17일 오후 2시입니다.

장자연씨 문건에 거론되지 않은 제3의 인물이 장씨로부터 술 접대를 받았다는 진술이 확보됨에 따라 경찰 수사가 탄력을 받게 됐다. 문건 내용을 일일이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장씨 동료 등 관련자 진술을 통해 술 접대, 성 상납 의혹에 대한 수사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A씨(22·여) 등 장씨가 소속돼 있던 D 연예기획사 소속 여성 연예인 2명이 최근 분당경찰서의 조사를 받았다. A씨는 경찰에서 “지난해 가을 소속사 전 대표 김모(40)씨의 연락을 받고 장씨와 함께 서울에 있는 한 룸살롱으로 갔다”고 진술했다. A씨는 당시 장자연씨의 파트너가 모 인터넷 언론사 대표 B씨였다고 했다. A씨는 “당시 술자리에서 정성을 다해 접대 서비스가 이뤄졌다. 장씨와 B씨는 술을 마신 뒤 밖으로 나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B씨를 비공개로 소환해 장씨 등에게서 술 접대를 받게 된 경위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A씨는 장씨와 소속사 전 대표 김씨 간의 갈등 관계도 진술했다고 한다. 그는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이 지난해 가을 이후 부쩍 심해졌다”고 경찰에 말했다. A씨에 따르면 장씨는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캐스팅돼 촬영에 들어간 뒤 김씨에게 “나도 이제 인기 연예인으로 떴으니 더 이상 술시중을 시키지 말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김씨는 “내가 누구냐. 널 키운 사람이 누군데 어떻게 내 요구를 거절하느냐”며 묵살했다는 것이다.

◆리스트 수사 기폭제 되나=그동안 경찰은 문건 등장 인물들에 대한 수사에서 난항을 거듭했다. 문건에 기록된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고 두루뭉술해 입증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문건에는 ‘몇 월 며칠, 어디서 술 접대를 했다’며 시간·장소를 언급한 내용이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 관계자는 “최근 장씨 등 관련자들의 지난해 통화기록 전체를 조회하기 위해 검찰에 영장을 신청했지만 영장 남발을 이유로 기각당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에 제3의 인물에 대한 술 접대 의혹이 드러난 것처럼 장씨의 소속사 동료 등 관련자들의 진술이 새로운 수사 단서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문건에 언급된 유력 종합일간지 대표 등 다른 인사들에 관해서도 관련자 진술을 확보할 경우 소환조사 등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유씨 믿지 않는 경찰=경찰은 이날 소환에 응한 장씨의 전 매니저 유장호(29)씨를 상대로 ‘제2, 제3의 문건’이 있는지를 집중 추궁했다. 유씨는 언론 인터뷰 등에서 “지난 12일 서울 봉은사에서 장씨의 오빠와 함께 문건 원본과 사본을 모두 소각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본 일부가 KBS 등에 의해 입수되자 다시 “나머지 사본들은 쓰레기통에 넣어 없앴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같은 유씨의 증언에 신빙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유씨가 ‘장씨의 유서’라며 일부 언론에 공개한 내용도 유서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장씨는 자살하기 4~5일 전까지 출연료 등 문제로 소속사와 꾸준히 접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장씨가 2일과 3일 두 차례에 걸쳐 드라마 출연료 정산을 위한 관계 서류를 팩스로 보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장씨가 죽기 직전까지 소속사 측과 일 얘기를 해왔다는 장씨 현장 매니저 등의 진술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이충형·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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