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전국 단위농협 최초 여성 전무 최영숙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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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사과값 폭락 사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고심거리일뿐 학력.남녀 차별 문제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

남자 후보 네명과 치열한 경쟁을 펼친 끝에 최근 충북 사과원예협동조합 전무로 선임된 최영숙(崔英淑.46)씨.

그는 전국 1천3백86개 농협 지부 가운데 여성 최초의 전무라는 타이틀에도 별로 버거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중졸 학력에 1972년 잡역직으로 출발, 28년만에 오른 자리인지라 조합일이라면 구석구석 경험해 보지 않은 일이 없어 '누님 같은' 여유까지 배어 나왔다.

이사회가 崔전무를 선임한데 대해 조합원들도 "崔전무는 최고참인데다 그동안의 업무능력을 봐도 조합 안살림을 맡기에 최선의 인물" 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4천여 조합원들의 이익을 돌보고 1백15명의 직원 및 11개 본.지소, 과채류 가공공장 등을 효율적으로 이끌어 가는 것. 남성보다 오히려 여성 특유의 섬세한 경영능력이 필요한 자리라는 게 조합원들의 공감대다.

崔전무는 깐깐하면서도 억센 추진력을 갖춘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사람 기억을 잘해 조합원들 얼굴을 거의 다 알 정도로 충주에선 마당발로 통한다.

직장내 남녀차별 문제에 대해서 그는 "남녀간 신체적 조건에 따라 업무를 분장해서 협조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온 터라 특별한 차별이나 업신여김은 느껴본 적이 없다" 고 말했다.

"앞으로 조합원들이 가장 큰 애로를 느끼는 판로 개척에 역점을 두고 사과 가공공장의 만성적 적자 탈피에도 주력, 지지해준 조합원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

이처럼 각오를 밝히는 그의 표정에서 마흔여섯의 독신 미혼 여성이라는 '그늘' 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충주=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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