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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 선거인단 반란표 나올까 긴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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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미 연방대법원의 12일 밤 결정으로 35일간 지루하게 계속돼온 대선 법정공방이 사실상 막을 내렸다.

○…이번 결정이 내려진 뒤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측은 예상과는 달리 차분했다.

연방대법원 결정 직후인 이날 오후 11시쯤 부시 후보측 법률고문인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은 "부시와 딕 체니 후보는 법원의 결정에 만족한다" 는 짤막한 성명만을 발표했다.

그동안 고생한 변호인단과 수백명의 자원봉사자, 플로리다 선관위 관계자들에 대해 감사를 표하고 "양측 모두 수고했다" 며 상대방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부시측의 이런 반응은 흥분하고 들뜬 모습을 보일 경우 가뜩이나 오랜 법정공방에 식상한 유권자들로부터 돌아올 부정적 시각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차분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내전 상황' 에 비유될 정도로 양극으로 나뉜 국론을 수습하는 데 엄숙하고 진지하게 나설 것이라는 인상을 심어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텍사스 오스틴의 부시 선거본부에 모여 있던 자원봉사자 등 지지자들은 결정 소식이 전해지자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로 반겼다.

한 지지자는 "고어가 더 이상은 소송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고 승리를 확신했다.

○…연방대법원 대법관 9명 가운데 중도파로 분류돼 앨 고어 후보에게 유리한 결정을 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됐던 앤서니 케네디와 샌드라 오코너는 결국 지난 4일과 마찬가지로 부시 편에 섰다.

두 대법관은 심리 과정에서 부시측 변호사에게 "연방법원이 개입해야 할 이유가 무엇이냐" 는 등 가시돋친 질문을 던져 한때 부시측을 긴장시켰었다.

○…법정 선거인단 선출 시한이 12일로 지나면서 주별 선거인단 명부가 속속 연방정부 국립문서보관소에 접수되고 있다.

미국의 50개 주 가운데 29개 주와 워싱턴DC가 12일 선거인단 명부를 제출한 데 이어 오는 18일 각각 주도에 모여 대통령과 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투표를 실시한다.

나머지 21개 주도 선거인단의 대통령 선출일인 12월 18일까지는 제출할 예정이다.

그동안 선거인단 투표는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았으나 선거가 워낙 백중세인 올해엔 반란표가 3표만 나와도 승패가 바뀔 수 있어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다.

○…연방대법원의 대법관 9명 대부분이 부시나 고어측과 사적인 이해관계로 얽혀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12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가장 대표적 사례가 클레런스 토머스 대법관. 그는 부시 후보의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에 의해 대법관에 임명됐고 헤리티지재단 연구원인 부인 버지니아는 부시 진영에서 일할 인재들을 모으고 있다는 것이다.

앤토닌 스캘리아는 아들이 부시 진영 수석변호사와 동업하고 있다. 샌드라 오코너는 베이커 국무장관과 면접한 뒤 대법관으로 임명됐다. 루스 긴스버그와 스티븐 브레이어는 빌 클린턴 행정부와 인연이 깊다.

○…민권운동가인 제시 잭슨 목사 등 흑인 지도자들은 플로리다 선관위 관리들이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기타 유색인이 투표를 하지 못하도록 가능한 모든 장애물을 설치했다" 고 비난하고 있어 부시 행정부는 출범한 뒤에도 두고두고 괴롭힘을 당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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