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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외국계 기업들 한국경제 효자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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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국내에 둥지를 튼 외국기업의 덩치가 날로 커지고 있다. 본지 조사 결과 에쓰오일 등 해외 자본이 인수한 회사까지 합치면 1조원의 매출을 넘긴 외국기업(금융회사 제외)이 20개에 달했다. BAT코리아.HLDS.한국쓰리엠이 '1조원 클럽'에 새로 가입했다.

굴착기 전문회사 볼보건설기계코리아 등 3~4개사가 내년에 이 클럽에 가입할 전망이다. 볼보의 지난해 매출은 9862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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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삼성전자 등 토종기업을 포함해 국내에서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기업은 총 161개사다. 8곳 중 1곳(12.4%)이 외국기업이다. 불과 10년 전인 1995년만 해도 외국 자본 설립 기업 중 매출 1조원을 넘긴 외국기업은 하나도 없었다.

20대 외국 기업의 지난해 총 매출액은 51조2900억원으로 전년보다 22% 늘었다. 20대 외국 기업이 고용하는 근로자는 2004년 말 현재 5만3000명이다.

협력.물류 업체 등의 간접 고용 규모가 통상 직접 고용의 1.5배에 달한 점을 감안하면 총 고용 효과는 약 13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일부 기업은 수출과 투자.고용에도 팔을 걷고 있다. 일부 외국 투기자본과는 달리 한국 경제를 움직이는 새로운 축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GM대우는 지난해 170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면서도 직원은 약 8500명에서 9400명으로 늘렸다. 이 회사 김성수 부장은 "2002년 말 GM이 인수한 뒤 점차 경영이 정상화되고, 사업도 늘리고 있어 인력을 충원한 것"이라고 말했다. GM대우는 올해도 1000명 내외의 신규 채용을 검토하고 있다. 대형 할인점을 운영하는 삼성테스코는 지난해 5000억원을 투자했고 직원 수도 600명을 더 뽑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올해 7개의 매장을 새로 낼 예정이어서 사람을 더 쓸 것"이라고 말했다. 지멘스는 한국을 연구개발(R&D) 기지로 키우고 있다. 지난해 인수한 통신장비업체 다산네트웍스를 R&D 전문회사로 키운다는 전략아래 올해부터 5년 동안 15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또 550억원을 들여 2007년까지 경기도 분당에 의료기기 R&D 센터를 세우기로 했다.

수출 효자 기업도 있다. 노키아TMC는 지난해 약 3조3400억원(29억 달러)어치의 휴대전화를 만들어 이를 모두 수출했다. 컴퓨터업체 한국휴렛팩커드는 지난해 국산 모니터 등 컴퓨터 부품 50억 달러어치를 미국 본사가 사도록 알선했다. '던힐'담배를 국내 생산하는 BAT코리아는 6000억원의 세금을 냈다. 이는 매출(1조900억원)의 55% 수준이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코리아(충북 진천), 노벨리스코리아(경북 영주), 한국쓰리엠(전남 나주) 등은 주력 생산공장을 지방에 두고 있다. 이 공장들은 해당 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공장 중의 하나다. 나주시청 관계자는 "나주에 1~4공장을 운영 중인 쓰리엠이 올해 제5공장을 준공했고 내년에 6공장까지 증설한다"면서 "쓰리엠은 나주 경제의 주축"이라고 말했다.

권혁주.최준호 기자

*** 조사대상 외국기업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단일 최대 주주가 외국인이고, 경영권도 확실히 확보한 곳으로 한정했다. 이에 따라 내국·외국인 최대주주 지분이 같은 LG필립스LCD·삼성토탈 등은 매출 1조원이 넘지만 집
계에서 뺐다. 매출 등 경영실적은 기업들이 감사보고서를 공시한 경우는 이수치를 사용했으며, 공시하지 않은 기업은 직접 전화해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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