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2기 지하철 에필로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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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6년을 갱(坑)에서 살았지요. "

오는 15일 개통될 서울 지하철 6호선 건설현장의 김의환(49)씨는 자신을 광부에 비유했다. 그러나 그는 일이 힘들었다기보다 밖으로부터의 '질타' 가 더 괴로웠다.

건설초부터 부실설계로 잇따른 시행착오, 붕괴사고, 시공업체 부도…. 그럴 때마다 기술자들이 고개를 숙여야 했다.

서울 지하철 2백87㎞는 역사(役事)다. 우리 기술자들은 이를 30년만에 해냈다. 연장으로 런던.뉴욕에 이어 세계 세번째고, 파리.도쿄는 광역권 철도를 합쳐야 서울을 앞선다.

이제 그들에게 찬사를 보내야 할 때다. 공사현장에서 알게 모르게 희생된 기술자가 백여명에 달한다.

주요 역에 시민 모두의 감사의 마음을 새긴 현수막을 걸면 어떨까. 서울은 지하철망을 정말 힘들게, 급하게, 비싸게 구축했다.

다른 도시들은 거리에 차량이 별로 없을 때 느긋하게 건설한 지하철을 서울은 넘쳐나는 차량물결을 막무가내로 막고 땅을 팠다.

버스는 큰 길이 막혀 골목길을 누볐고, 시민들은 걸을 길을 잃었다. 주변 상가는 철시해야만 했다. 서울 지하철 건설비를 ㎞당 천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는 전문가도 있다.

그런 지하철에 시민이 열광하지 않는 게 특이하다. 갈아타기 불편하고, 버스보다 느리고, 덥고, 춥고,…. 연장이 늘수록 불평도 는다.

지난 30년동안의 무계획, 따로 따로 건설 때문에 서울지하철엔 환승역만 50곳이 넘는다. 대개 연결통로는 길고, 냉난방.환기가 잘 안된다. 정치권 로비로 흔들린 노선대도 있다.

이젠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일본 도쿄 지하철도 요즘 새로운 노선을 만들기보다 기존선의 불편을 줄이는 투자를 우선하고 있다.

우리로 치면 3호선 강남구간을 직선화하고, 일산선에 대피시설을 설치하는 일 등이다. 당국도 내년부턴 기존선 개량에 힘을 기울이겠다고 답변하니 다행스럽긴 하다.

또 있다. 버스는 어떻게 하나. 지하철은 초호화판인데 버스 서비스는 여전히 초저급이다. 6호선 경합노선만 걱정되는 게 아니다.

서울시 스스로 "2기 지하철이 되면 버스노선을 개편하고 대수를 줄여야 한다" 는 보고서를 이미 수년 전에 냈다.

언제쯤 서울시가 버스에 손을 댈 것인가. 시민과 전문가들이 모두 궁금해 한다.

음성직 수석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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