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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B의장 말 한마디에 뉴욕증시 일어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미 증시의 '그린스펀 효과' 가 다시 한번 입증됐다.

수개월 동안 바닥을 기던 뉴욕증시가 5일(현지시간)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의 말 한마디에 벌떡 일어섰기 때문이다.

그는 이날 뉴욕에서 열린 은행가 회의 연설에서 "최근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경기 확장세가 현저히 둔화하고 있는 점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고 말해 지난해 6월 이후 유지해온 긴축정책을 완화할 뜻을 강력히 시사했다.

그의 발언이 시장에 전해지자 나스닥 지수는 사상 최고의 상승률(10.48%)을 기록했고, 다우지수도 사상 세번째 큰 폭(338.62포인트)으로 뛰어올랐다.

평소 신중한 용어 선택으로 유명한 그린스펀이 "금리인상으로 경제분야가 큰 영향을 받고 있다" "금융시장의 자산가치 하락으로 가계와 기업의 지출이 과도하게 둔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는 등의 직접적 표현을 쓴 것은 이미 금리정책 기조를 전환했음을 의미한다고 월가는 해석하고 있다.

모건 스탠리 딘위터의 수석 애널리스트 마이클 리온은 "그의 이야기는 마치 아름다운 음악같았다" 며 "오는 19일의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기조가 '긴축' 에서 '중립' 으로 바뀌는 것은 기정사실이고, 잘하면 금리인하가 단행될 가능성도 있다" 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이 1998년과 흡사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엔화 가치 폭락, 러시아 모라토리엄, 중남미 외환위기, 헤지펀드의 잇따른 파산 등으로 국제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자 그린스펀은 그해 9월 "전세계적으로 경제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미국만 번영의 오아시스로 남아있을 수는 없다" 고 발언한 뒤 세차례에 걸쳐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이후 미 증시는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고 국제금융시장도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뉴욕〓신중돈 특파원,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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