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 없는 스물한 살 김보경, 오늘 밤 중국 울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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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축구 대표팀의 ‘겁 없는 신예’ 김보경(21·오이타)이 32년간 공한증(恐韓症)에 시달리는 중국 골문을 향해 왼발을 정조준했다.

허정무팀은 10일 오후 7시15분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경기장에서 중국과 2010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2차전을 벌인다. 허정무 감독은 지난 7일 홍콩전(5-0승)에서 2골을 만들어낸 김보경의 왼발 프리킥을 앞세워 중국을 깨겠다는 구상이다. 김보경의 예리하면서도 정확한 프리킥을 앞세워 상대 움직임을 한 템포 늦추면서 예측을 역이용하는 세트피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허 감독은 “심리전일 수도 있고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것일 수도 있다. 직접 크로스를 올리는 대신 한 템포를 늦추면 우리가 준비할 시간을 벌 수 있다”면서 김보경을 중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허정무팀은 8일 에도가와 경기장에서 벌인 훈련에서도 김보경 등을 활용한 세트피스 훈련에 집중했다. 중국전을 하루 앞둔 9일에는 아지노모토 경기장에서 15분만 훈련을 공개한 채 나머지 시간을 세트피스와 부분 전술 가다듬기에 힘을 쏟았다. 김보경은 “프리킥은 대학시절부터 꾸준히 훈련해 왔고, 대표팀 훈련 때도 왼발은 내가 맡는다”며 “중국전에서도 기회가 주어지면 공격포인트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김보경은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에 나서 미국전(3-0승)과 파라과이전(3-0승)에서 잇따라 골망을 흔들며 기대주로 주목받았다. 국가대표로 발탁된 후에도 발군의 기량을 선보이며 ‘막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축구 전문가들은 “김보경에게 홍명보의 냄새가 난다”고 입을 모은다. 홍명보(올림픽팀 감독)가 갑작스럽게 다친 조민국(현 미포조선 감독) 대신 1990 이탈리아 월드컵에 나섰듯이, 왼발등뼈 피로골절로 빠진 염기훈 대신 김보경이 남아공 월드컵에 나설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허 감독은 김보경 외에도 구자철(제주)·이승렬(서울) 등 21세 동갑내기들을 앞세워 남아공 월드컵을 앞둔 모의고사를 치를 예정이다. 가오훙보 감독이 이끄는 중국은 오는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겨냥한 젊은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한국은 78년 12월 방콕 아시안게임 때 차범근(수원 삼성 감독)이 결승골을 뽑아 1-0으로 승리한 후 32년간 27번 맞붙어 단 1패도 없이 중국에 무패가도(16승11무·39득 18실)를 달려왔다.

◆허정무 팀, 유럽팀과 5월 말 평가전 추진=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은 9일 “대표팀이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전지훈련 기간인 6월 3일 스페인과 친선경기에 앞서 유럽의 강팀과 한 차례 더 평가전을 치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평가전 시기는 5월 30일이나 31일 이다.

도쿄=최원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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