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직격탄…동교동 '발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당정개편 논란이 장기화하면서 민주당 내에 미묘한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그 속에는 '권노갑(權魯甲)최고위원 2선 퇴진론' 을 둘러싼 갈등양상이 있다. 발단은 민주당 총재인 김대중 대통령이 주재한 최고위원회의(2일)와 소장파의 움직임이다.

◇ 발단 과정〓정동영(鄭東泳)최고위원은 "당이 대통령 측근 중심의 사선(私線)에 의해 움직여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면서 "權최고위원이 2선으로 물러나 당의 면모를 일신하는 게 바람직하다" 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국정농단과 제2의 김현철(金賢哲)' 표현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에 나도는 權위원의 인사개입설.이권개입 의혹을 겨냥한 얘기다.

金대통령은 듣기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金대통령 앞에서 동교동계 좌장인 權위원의 퇴진론이 공개적으로 제기된 적은 처음이다. 청와대를 나온 뒤 權위원은 "나보고 '제2의 김현철' 이라고 했다. 鄭위원은 '야당 흑색선전 근절대책위원회' 를 맡고 있는데…대통령 앞에서 증권가 루머를 사실인 양 얘기해도 되느냐" 고 분노를 표시했다고 측근들이 전했다.

4일 청와대 특보단회의에서도 이호웅(李浩雄)의원은 "당이 몇몇 소수 측근들에 의해 움직인다는 말이 많다. 대통령이 힘을 분양해줘야 한다" 고 건의했다. 여기에다 김태홍(金泰弘)의원 등 소장파 의원들이 '동교동계 2선 후퇴론' 에 가세하고 있다.

◇ '兩甲' 갈등설 재연되나=權위원은 5일 아침 최고위원 간담회에 나오지 않았다. 權위원 측근인 이훈평(李訓平)의원이 나서 "權위원은 음지에서 궂은 일을 맡아왔다. 그러다가 최고위원으로 일선(8.30전당대회)에 나온 지 얼마나 됐다고 그런 소리를 하느냐" 고 반박했다.

'權위원의 인사개입 논란' 에 대해 李의원은 "權위원은 당의 주문에 따라 민주화운동 출신과 총선 때 공천받지 못한 사람들을 챙겨준 것" 이라고 설명한 뒤 "정현준 게이트 때 야당이 펼친 權위원 등을 겨냥한 KKK공세에 다른 최고위원들이 방어해준 적이 있느냐" 고 주장했다.

특히 李의원은 "동교동계 2선 후퇴론이 나올 때마다 유독 權위원과 김옥두(金玉斗)사무총장만 거명한다. 權위원이 이인제(李仁濟)최고위원과 가깝다고 그런 음해가 나온다" 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權위원측에선 "정동영.이호웅 의원의 성향이 한화갑(韓和甲)최고위원측과 가깝다. 대타로 나서 '주문 공격' 하는 것" 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때문에 당내에선 양갑(兩甲 : 權.韓최고위원)의 갈등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韓위원은 "내가 무슨 말을 하겠느냐. 동교동계의 갈등은 없다" 고 강조했다.

◇ "음모는 없다"=鄭위원은 "당내 여론을 종합해 내 소신대로 말한 것" 이라고 강조했다.

- 발언 경위는.

"청와대 모임은 모든 얘기를 하라는 자리였다. 그래서 한 것뿐이다. 나도 權위원과 가깝다.

청와대 회의 전에 權위원을 만나 이같은 취지의 말씀을 드렸다. 다만 權위원이 그 자리에서 내가 그런 얘기를 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 음모설이 있는데.

"대통령과 權위원을 위해 말을 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마음이 아프다. 음모론은 있을 수 없다."

이양수·이정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