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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미술관서 '미술 속의 음악' 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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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미술작품에게 영감을 주는 음악. 그 음악을 형상화한 회화와 사진, 그리고 설치와 조각. 이들이 합친 모습은?

오는 6일부터 내년 2월4일까지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열리는 '미술 속의 음악' 전. 두 장르가 행복하게 만나면 이런 모습을 갖는구나 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대형 기획전이다.

하긴 금호미술관이 미술전시장과 콘서트 홀의 역할을 겸하고 있고, 이번 전시회는 이 미술관의 개관 11주년 기념전이다.

'봉주르 뒤피' '마적 2001' '음악을 위하여' 등 3개의 코너가 지하 1층에서 2층까지 미술관 전관을 장식한다.

하일라이트는 2층의 '봉주르 뒤피' 전. 음악적 영감을 풍부한 색감과 간결한 필치로 형상화한 라울 뒤피(1877~1953.프랑스)의 페인팅과 드로잉 20점이 걸린다.

프랑스 니스의 보자르미술관과 르 아브르의 말로미술관에서 대여료로 각각 5억여원씩을 요구했던 중요작 들이다. 이번에는 무료로 왔다.

신정아 큐레이터는 "몇개월에 걸친 팩스 협의와 현지 방문 등을 통해 무료대여라는 파격적 허락을 얻어냈다" 고 밝히고 "한국에 뒤피를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의의, '미술과 음악의 만남' 이라는 뒤피에게 꼭 맞는 주제, 한.불 작가 교류전 추진계획 등이 호소력을 발휘했던 것 같다" 고 말했다.

전시작 중 '니스의 불꽃과 쥐테 프롬나드 카지노' 는 허공을 물들이는 화려한 불꽃놀이, 거리의 바이올린 주자, 카지노 입구의 흥겨운 분위기 등이 축제음악을 듣는 듯한 경쾌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1층의 '마적 2001' 은 무대의상 전문가 정경희씨가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 피리' 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설치미술 코너다.

원작에서 주변인물에 불과하던 천사소년이나 무사 등을 화려한 의상의 마네킹으로 등장시켰다.

의상은 스스로 빛을 내는가 하면 아주 얇은 TFT 디스플레이를 달고있다. 디스플레이에선 바리톤 가수가 원래 초고음인 밤의 여왕 아리아를 노래한다.

지하 1층의 '음악을 위하여' 전에선 국내 작가 7명이 명곡을 나름대로 형상화했다.

황규태씨는 드뷔시와 쇤베르크를 사진합성 이미지를 통해, 이주연은 바그너 음악이 갖는 숭고함, 바흐의 종교적 열정을 종이작업으로 각각 표현했다.

송경혜는 눈물방울이 흐르는 듯한 쇼팽의 선율과 정적인 하이든의 세계를 은색과 감각적인 붓터치로 그려냈다.

장화진은 섬세한 모차르트, 우아한 하모니의 브람스를 레코드판 설치작업으로 들려준다.

고명근은 드보르작의 '신세계교향곡' 과 차이코프스키의 '숲속의 미녀' 를, 주명덕은 베토벤과 슈베르트가 준 축복의 세계를 조각과 사진으로 형상화했다. (02-7205-114).

◇ 라울 뒤피〓1877년 프랑스의 어촌 지방인 르 아브르에서 태어났다.

1903년 앙데팡당전에 출품해 마티스와 야수파에 참여했다.22년 후에는 크게 구획한 색면위에 정묘한 선묘를 그려나가는 방법으로 어린이의 순진함과 어른의 지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고유한 스타일을 확립한다.

초기작이 흩날리는 색채의 축제적 분위기라면 후기작은 매끄럽고 세련된 화풍으로 악기의 고유한 음색, 연주자의 다양한 자세, 연주회장의 하모니를 화려한 색채로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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