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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드라마 '아줌마' 인기 수직상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인제 내놓구 하시겠다? 정말 정신 못차린다, 장진구. 이혼은 싫구, 연애는 하구 싶구, 숨기자니 머리가 나빠 끝두 없이 들키구, 결국에 이렇게 웃기는 양심선언을 또 하구…도대체 어떻게 하면 인간이 되니, 어떻게 하면…"

'아줌마' 의 대반격이 시작됐다. 이 아줌마는 MBC월화드라마 '아줌마' (밤 9시55분)의 주인공 삼숙(원미경).

시국을 고민하는 양심적인 대학생인 줄 알고 연민처럼 몸을 허락해 결혼까지 이른 남편 진구, 시간강사를 전전할망정 학문 높은 지식인인 줄 알고 하늘처럼 떠받들던 남편 진구에게 예전의 삼숙이라면 상상조차 힘든 말이다.

그런 남편 하나를 믿고 '월급 안받는 파출부' 같은 시집살이를 견뎌온 삼숙은 돈으로 대학교수 자리를 얻는 남편에 대한 환상이 깨지면서 '연애와 결혼을 공존시키자' 는 남편의 궤변 역시 이혼이라는 말도 불사하는 당당한 목소리로 무질러버린다.

이처럼 기를 펴고 있는 것은 극중 '아줌마' 뿐이 아니다. 드라마 '아줌마' 역시 KBS '가을동화' 의 인기에 밀려 10%대에 머물던 시청률이 가파르게 상승중이다.

지난 달 21일 24.2%를 기록하며 눈에 띄게 오르기 시작한 시청률은 28일 30%를 넘어섰다. 이같은 기세는 '가을동화' 의 후속인 '눈꽃' 이나 SBS '천사의 분노' 등 같은 시간대 경쟁프로그램들이 부진한 것도 한 요인.

하지만 인터넷에 올라온 시청자들의 글은 무엇보다도 '아줌마' 자체의 줄거리 전환이 큰 몫을 했음을 보여준다.

드라마 초반 '요즘 그런 아줌마가 어딨냐' 며 삼숙의 푼수같은 성격 설정에 분노하던 기혼여성 시청자들이 '통쾌하다' '모처럼 시원한 드라마' ' '딸의 용기를 북돋워주는 친정어머니가 멋지다' ' 등 호평을 올리고 있는 것.

그 중에는 '우리 일상을 너무도 리얼하게 담고있는 듯하다' 는 평도 있어서 초반의 시청률 부진을 '시청자들이 현실적인 드라마를 보지 않는 탓' 으로 돌렸던 MBC 자체분석을 무색하게 한다.

'드라마 '아줌마' 는 이런 와중에 장두익PD가 중도 하차하고 안판석PD와 이태곤PD로 연출자가 바뀌는 분란을 겪기도 했다. 어쨌거나 제작진은 시청률상승에 한숨 돌리게 됐지만 문제는 오히려 이제부터다.

"대학교수라는 사람을 그렇게 무지몽매하게 그릴 수 있냐" 거나 "남자들을 모두 바보 만든다" 는 지적 뿐 아니라 삼숙의 오빠인 일권(김병세)도 사실은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등의 설정이 자칫 "드라마를 '불륜범벅' 으로 만들 수 있다" 는 시청자 비판이 인다.

본래 줄거리는 삼숙이 남편을 포함한 시댁식구들의 진심어린 반성을 이끌어내고 제자리를 찾는다는 설정이지만, 여기에 대해서도 시청자의 의견이 분분하다.

"이 기회에 갈라서서 진구가 막대한 위자료를 물어내게 해야한다" 거나 "지원을 진구와 결혼시켜 해도해도 끝없는 집안일과 며느리노릇에 허덕이게 해야한다" 는 '한풀이성' 제안은 역으로 제작진이 삼숙에게 찾아줘야 할 '제자리' 의 설정이 간단치 않은 문제임을 보여준다.

"시집간 시누이 시댁 제사음식까지 해주는 원래 생활로 돌아가면서 '나는 당당한 아줌마요' 한다면 좀 우스운 것 아닐까요.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 지 모르지만, 삼숙이 보란듯이 꿋꿋하게 일어서는 모습을 기대합니다. "

이런 시청자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 묘안을 기다려본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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