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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 뉴스 <75> 3D TV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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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아스널의 프리미어리그 3D TV 생중계를 보며 열광하는 팬들(왼쪽)과 미국 그래미상 시상식에서 마이클 잭슨 추모공연을 3D로 보는 관객들(가운데). 한국 극장에서 관람객들이 영화 ‘아바타’를 3D로 보고 있다(오른쪽). [중앙포토]

‘바보상자’로 불리기도 했던 TV. 하지만 오늘날 홈 엔터테인먼트를 이끄는 중요한 장치라는 데 이견이 없다. 1931년 첫 시험방송 이후 TV의 형태 또한 짧은 시간 내 변화무쌍했다. 뒤가 불룩한 브라운관 TV는 프로젝션 TV를 거쳐 2000년 중반 이후 액정표시장치(LCD)와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로 발전하면 날씬해졌다. 2차원에 머물던 TV 영상도 영화 ‘아바타’의 3차원 입체(3D) 영상이 주목을 끌면서 3D TV 시대로 들어섰다. 축구장을 가지 않아도 박지성 선수가 눈앞에서 슛을 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3D TV. 그 원리와 기술을 알아봤다.

심재우 기자

사람이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입체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이유는 두 눈을 가져서다. 양쪽으로 6.5㎝ 정도 떨어진 두 눈은 사물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다. 두 눈을 번갈아 가려 보면 똑같은 사물도 다르게 보인다. 각 눈이 같은 사물을 다른 각도에서 감지해서다. 이때 두 눈이 각각 감지한 이미지들이 뇌에서 합쳐지면서 깊이와 입체감을 인식한다. 관측 위치에 따른 사물의 위치나 방향의 차이가 시차(Parallax)다. 이 시차의 개념을 근원으로 3차원(3D) 영상 기술이 개발됐다.

2개의 렌즈, 간격·각도 안 맞으면 어지럼증 불러

3D TV에 쓰이는 콘텐트는 3D 방식으로 제작된 영상이어야 한다. 3D 영상을 촬영하는 방식은 사람이 사물을 바라보는 것과 마찬가지다. 두 개의 카메라 렌즈가 같은 사물을 다른 각도에서 각각 고화질 영상으로 촬영한다. 두 개의 렌즈가 사람의 미간만큼 떨어진 3D 전문 카메라로 촬영해야 한다. 좌안용 렌즈와 우안용 렌즈가 동시에 대상을 촬영해 영상을 재생할 수 있다. 3D 영상은 당연히 2D보다 두 배가 많은 이미지를 포함한다. 이때 2개의 렌즈 간 간격이 너무 넓거나 좁거나, 또는 각도가 어그러지면 입체 영상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는다. 이런 영상은 보는 사람이 어지럼증을 느끼게 한다. 3D TV는 이런 3D 영상의 좌측 이미지를 왼쪽 눈으로, 우측 이미지를 오른쪽 눈으로 보내는 동영상 구현 장치다. 초당 화면이 지나가는 속도도 기존 TV보다 빠르다. 지난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에서 선보인 대부분의 3D TV가 240㎐(1초에 240장의 화면이 지나가는 속도) 기술을 적용했다. 120㎐ 이하의 속도에서는 잔상이 남고 휘도(화면의 밝기)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3D 안경, 액정 셔터 방식이 편광 방식보다 해상도 좋아

3D TV를 제대로 감상하는 데 특수 안경은 아직은 필수다. 3D 안경은 기본적으로 수동적인 편광 방식과 능동적인 액정 셔터 방식으로 나뉜다. 두 가지 방식의 공통점은 왼쪽 눈과 오른쪽 눈에 각기 다른 영상이 보이게 하는 원리다. 편광 방식은 편광필름이 붙어 있는 TV에서 왼쪽 영상은 위아래로 움직이는 편광을, 오른쪽 영상은 좌우로 움직이는 편광을 3D 안경으로 쏜다. TV가 액정표시장치(LCD)를 통해 보낸 편광이 안경의 편광과 일치하면 빛을 통과시키고 그렇지 않으면 차단한다. 편광 방식은 편광 필름 단가가 비싸고 영상의 절반이 소실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기 때문에 해상도가 반으로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또 좌안과 우안 이미지가 안경을 통과하면서 의도대로 분리되지 않으면 시청자가 3D 이미지를 부드럽지 않은 것으로 인식하는 ‘크로스 토크(Cross Talk)’ 문제도 일으킨다.

액정 셔터 방식은 회로를 넣어 해당 영상이 나올 때 그 부분만 보여 준다. 오른쪽 영상이 나오면 안경의 오른쪽만 열고 왼쪽은 차단한다. 어느 쪽 안경을 가릴지는 TV에서 나오는 적외선 신호를 안경이 수신해 자동으로 결정한다. TV와 안경 간에 주파수가 맞아야 하기 때문에 같은 회사 제품에서만 쓸 수 있다. 소니의 3D TV는 같은 이미지를 눈 하나에 두 개의 연속 프레임으로 보낸다. 즉 좌1-좌1-우1-우1-좌2-좌2-우2-우2와 같이 각 눈마다 같은 이미지를 두 번 연속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이때 액정 셔터 안경은 좌안 또는 우안을 위한 프레임을 인지해 순간적으로 열리고 닫힌다. 액정 셔터 방식은 화면 전체가 오른쪽과 왼쪽 영상을 번갈아 가며 쏘기 때문에 해상도 손실이 거의 없다. 대신 셔터 안경이 비싼 편이고 TV와 셔터 간 동기화가 완벽하지 않으면 어지럼증을 느낄 수 있다. 삼성전자 김현석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개발팀장은 “대부분의 3D TV 제조업체가 해상도가 좋은 액정 셔터 방식으로 가고 있다”며 “삼성전자도 액정 셔터 방식의 ‘3D 하이퍼 리얼 엔진’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고 말했다.

장시간 시청시 어지럼증과 안경 착용 불편함이 걸림돌

미국의 시장조사 업체인 인사이트미디어는 세계 3D TV 시장이 올해 680만 대에서 내년 1750만 대, 2012년 3120만 대로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3D TV가 실제 가정으로 급속히 퍼지려면 기술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우선 3D TV를 오래 시청할 때 나타나는 어지럼증을 개선해야 한다. 대부분의 3D TV는 장시간 시청에 따른 어지럼증을 고려해 2D와 3D 간 전환이 가능한 제품으로 선보인다. 1초에 볼 수 있는 프레임 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잔상은 사라져 어지럼증은 줄어든다. 최근 480㎐ TV가 개발됐지만 아직은 240㎐ 3D TV만 양산될 뿐이다. LG전자 디지털TV 연구소의 최승종(상무) 연구위원은 “어지럼 없이 장시간 3D 영상을 즐길 수 있도록 앞으로 돌출되는 3D 화면, 뒤로 후퇴하는 3D 화면의 배열과 입체감 수준을 최적으로 조절하는 3D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특수 안경을 써야 하는 불편도 3D TV 대중화의 걸림돌이다. 지금까지 개발된 무안경 방식으론 ‘렌터큘러(Lenticular) 렌즈 방식’과 ‘스위처블 배리어(Switchable Barrier) 방식’ 두 가지가 있다. 렌티큘러 렌즈 방식은 TV 화면에 좌우 영상이 동시에 표시되는 플라스틱 렌즈 플레이트가 부착돼 일정한 거리에서만 입체 영상을 구현할 수 있다. 안경이 필요 없지만 2D와 3D 전환이 불가능하고 3D 해상도가 떨어진다. 스위처블 배리어 방식은 전기적 신호에 따라 2D와 3D 전환이 가능하지만 일정한 거리에서만 입체 영상이 발생하고 3D의 해상도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아직까지 상업적으로 적용 가능한 무안경식 3D TV는 없지만 모바일성이 강조되는 휴대전화나 개인휴대멀티미디어플레이어(PMP) 등에서 무안경식 3D가 먼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남아공 월드컵 중계 등 3D 서비스 속속

액정 셔터 방식을 적용한 소니의 3D 안경.

3D 콘텐트도 부족하다. 3D 영상 관련 방송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고, 제작비가 높아 일반 업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어서다. 그나마 최근 3D TV 메이커와 방송사들이 적극적으로 3D 콘텐트 확보에 나서면서 콘텐트의 질적·양적 성장이 예상된다. 콘텐트에서 가장 앞선 일본 소니는 그동안 스포츠와 영화·TV·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3D 상품을 기획해 왔다. 또 기존 TV에 3D 변환 칩을 탑재해 2D 콘텐트를 일정 수준 이상의 3D로 즐길 수 있는 기술도 개발했다. 이와 함께 국제축구연맹(FIFA)과 올해 남아공 월드컵의 3D 영상화 권한에 대한 계약을 맺고 세계에서 처음으로 월드컵을 3D로 보여 줄 계획이다. 미국 스포츠 채널인 ESPN과 월드컵 경기 중 최대 25개 경기를 3D 전문 카메라로 제작해 전 세계에 보낸다. 다큐멘터리 채널인 디스커버리도 소니와 함께 내년부터 미국에서 3D 서비스를 한다. 삼성전자는 미국 할리우드의 메이저 영화사인 드림웍스와 손을 잡았다. 드림웍스의 다양한 3D 콘텐트를 제공하면서 3D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국내에서는 LG전자와 스카이라이프가 지난해 말 3D TV 기술 개발과 마케팅 협력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그렇다면 3D TV는 언제 구입하는 게 효과적일까. 지난해까지 3D TV는 같은 크기의 일반 TV에 비해 200만원 정도 비쌌다. 그러나 올해 가격이 상당 부분 떨어질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각 업체가 3D TV를 경쟁적으로 출시하면서 일반 TV와 3D TV 간 가격 차이가 좁혀질 전망이다. 그러나 6월에 열릴 남아공 월드컵 이전에 가격이 크게 떨어지기는 쉽지 않다. 남아공 축구 경기를 3D로 감상하고 싶은 매니어는 가격 하락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

3D에 바람·냄새·물벼락까지 4D

3D 입체 영상보다 더 발전한 개념이 4D 감각 영상이다. 3D에 몸으로 느끼는 오감까지 담는 기술이다. 4D 영상은 시청자가 콘텐트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느낌을 전해 준다. 4D 특수 영상은 미국 유니버설스튜디오와 디즈니랜드 등 유명 테마파크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는 ‘아바타’가 일부 극장에서 4D로 상영됐다.

4D 영상은 화면에서 벌어지는 환경과 동일한 주변 상황을 연출해 관객들이 더욱 영상에 몰입하고 독특한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고안된 개념이다. 영화 내용에 맞는 바람은 물론 습기나 냄새까지 뿌려 주는 특수 제작 의자 등으로 오감 효과를 낸다.

국내에서도 테마파크·박물관·전시관들이 4D 영상 기술을 활용해 단순히 보고 즐기는 차원이 아닌 체험 공간 형태로 바뀌고 있다. 미국의 낙농업 박물관에서는 우유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각종 냄새와 함께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 4D 영상은 2012년 완공 예정인 인천 로봇 테마파크와 경기도 일산의 한류우드 등에도 도입된다.

세계적으로 4D 영상산업은 아직 미개척 시장이다. ‘백투더퓨처’ 등 놀이기구용 라이드 필름으로 성공한 미국 쇼스캔엔터테인먼트가 나선 정도다. 이 회사는 2008년 국내 정보기술(IT) 서비스 전문업체인 엘시스넷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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