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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만난 남북] 서울 상봉 표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상봉 이틀째인 1일 북측 방북단과 남측의 가족들은 서울 롯데월드호텔에서 두차례의 개별상봉과 점심식사를 하며 쌓인 회포를 풀고 이틀째 밤을 뜬눈으로 지새웠다.

이들은 지난 1차 상봉 때보다 하루 줄어든 2박3일의 일정에다 도착 지연으로 짧아진 상봉시간을 탓하며 '만나자 이별' 이라고 아쉬워했다.

○…북측 방문단에 포함됐다가 '건강상의 이유' 로 막판에 오지 못한 金석기(69)씨의 남측 가족들은 金씨에게 보내는 편지와 사진을 들고 롯데월드호텔을 찾아 주위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여동생 부영(66)씨는 '오빠, 어디가 얼마나 아픈지, 어떻게 아픈지,빨리 회복하셔서 다음에는 꼭 뵙기를 기원합니다' 라는 편지를 읽어 내리며 눈물을 흘렸다.

○…전날 집단상봉에서 아버지 영정에 큰 절을 올린 북측의 홍세완(69)씨는 노모 박간례(85)씨와 동생들이 준비한 할아버지.아버지 영정과 제수로 조부모 제사를 지냈다.

김윤환(69)씨도 누나 윤숙(73)씨가 마련해 온 부모님 영정과 묘소 사진을 창문가에 올려놓고 큰 절을 올렸다.

○…김일성종합대 어문학부 金영황(70)교수는 누나 옥인(81)씨 등 가족들에게 북에서 촬영한 생일잔치 비디오 테이프를 보여주려 했으나 북한의 비디오 재생 방식이 우리와 달라 재생이 안되자 무척 서운해 했다.

대신 金교수는 자신의 성장 과정이 담긴 앨범을 펼쳐보이며 "누님께 드리기 위해 손수 만들었습네다" 고 말하면서 북에 있는 가족들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했다.

○…조선기록영화촬영소 촬영사 최영화(62)씨 등 북측 기자단 15명은 남북 행사 때마다 단골로 내려온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崔씨는 "1차 상봉에 비해 남측과 외신 취재진 모두 줄어든 것 같다" 며 "열기 대신 차분한 만남이 이뤄지더라도 통일에 대한 열정은 변치 말아야 한다" 고 말했다.

○…박재규 통일부장관 주최 환송만찬에 참석한 한나라당 신경식 의원이 여성 비하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켰다. 신의원은 북측의 박성철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와 얘기하던 중 "남한에서는 여자들 미니스커트 길이가 짧아질수록 좋다고들 하는데 거기도 그런 말이 있지요"라고 말을 건넸다. 이에 박기자가 당황하고 우리 기자들이 항의하자 "서먹한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농담이었다"고 즉시 해명했다.

○…북측 기자들은 "개별상봉 취재에 들어가는 남측 기자들의 숫자가 너무 많아 우리 취재가 어렵다" 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에 따라 주최측은 남측 취재 인원을 줄였다.

○…북측 방문단 신현문(69)씨는 막내 현성(61)씨의 처가 북에 간 아들을 그리워하던 시어머니(작고)의 심정을 전해 듣고 지었다는 '등불 보고 찾아오너라' 라는 시 한편을 선물로 받고는 "어머니가 그립다" 며 눈물을 흘렸다.

김책공대 강좌장 하재경(65)씨는 형 재인(74)씨가 준비해 온 내의와 전기면도기.확대경.돋보기 등을 받으면서 어릴 적 추억으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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