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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TV 를 한국 이미지 메이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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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한국에 오기 10년 전에 한국 여성과 결혼했고 한국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난 19년 동안 한국에 살면서 한국에 대해 알고 있던 것은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동안 한국에 대해 멋진 경험을 했고 한국 친구도 많이 사귀었으며, 한국의 이미지와 국제관계에 대한 토론에도 수없이 참가하면서 한국을 잘 알게 됐다. 많은 사람이 나와 같은 행운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다행히 방송통신기술의 발달로 한국에 오지 않아도 한국을 경험할 수 있게 됐다. 바로 영어 위성방송인 아리랑TV를 통해서다. 한국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고정관념이 없고 백지상태라는 점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인식시키기가 더 쉽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이미지 만들기에는 방송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 따라서 '국가 이미지 브랜드 만들기'라는 중대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아리랑TV에 대해 한국 내에서 좀더 관심과 애정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국제사회에서 비교적 잘 알려진 나라들은 이미 '국가 브랜드 인지도'가 높기 때문에 이미지를 만들어 내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여전히 한국전쟁과 분단으로 대표되는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경제성장을 비롯해 최근에 이룬 여러 가지 성과, 문화 등 한국에 대한 온전한 진실을 알릴 필요가 있다. 반만년의 역사와 문화유산을 자랑하는 한국이 지난 반세기 동안 일어난 한두 가지 사건으로만 인식되고 있다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한정된 재원으로 세계를 대상으로, 그것도 외국어로 방송 콘텐트를 만든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전 세계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리랑TV가 끊임없이 직면하는 과제다. 남녀노소.국적.종교를 막론하고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수없이 다양한 시청자의 욕구를 어떻게 충족시킬 것인가?

한국을 세계에 알린다는 구체적이고도 제한적인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아리랑TV는 창출해 낼 수 있는 수익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아리랑TV가 한국의 국가 이미지 향상에 공헌한다는 사실을 수량적으로 입증하기는 힘들지만 세계 각국에서 많은 사람이 아리랑TV를 통해 한국을 알게 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나는 지난해 KOTRA의 인베스트 코리아 단장을 맡게 됐다. 한국 정부기관에서 근무하는 외국인으로서, 투자유치를 위해선 한국의 이미지 개선이 절실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 마찬가지로 아리랑TV는 'Korea for the World, the World for Korea'라는 자사의 모토를 늘 염두에 두고 방송 제작에 임해야 한다. 그러나 아리랑TV 혼자만의 힘으로는 이 중요한 임무를 수행해 낼 수 없다. 한국인 모두 아리랑TV를 통해 만들어지는 한국의 이미지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갖고, 건설적인 비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아리랑TV를 한국 이미지 메이킹의 히딩크로 만들자.

앨런 팀블릭(‘인베스트 코리아’ 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