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주의 철학자 데리다 뭘 남겼나] 데리다 철학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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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망아지.송아지의 차이는? 당연히 우리는 실제 살아있는 강아지.망아지.송아지를 떠올린다. 그리고 그 의미는 바로 이들 대상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데리다는 이런 상식을 거부한다. 오히려 그는 대상이 아니라 '말'(signifier)의 차이에 의해 '의미'(signified)가 정해진다고 주장한다.

말의 의미가 지시하는 대상이 아니라 말의 차이(다름)에 의해 결정된다는 주장은 스위스 언어학자 소쉬르로부터 빌려왔다. 그리고 이를 통해 '차이'가 모든 인식과 존재와 실천의 근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모든 것은 차이가 있으며 그 같은 차이를 있는 그대로, 나아가서는 의미를 부여하는 실천적 준거로 파악하고자 한다.

데리다는 차이(diff?rence)라는 개념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차연(差延.diff?rance)이라는 용어도 사용했다. 차이의 시공간적 '연속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그는 플라톤 이후의 이성적 철학의 전통을 해체(deconstruction)하기 시작한다. 플라톤 이후의 이성주의는 세계가 하나의 완결되고 정합적인 체계로 이뤄져 있다고 본다. 이를 데리다는 동일성 철학 또는 형이상학으로 규정한다. 그리고 이들 철학은 선.악, 진리.거짓, 현상.본질, 자본.노동, 남성.여성, 백인.흑인의 이원적 대립으로 이뤄져 있으며, 그 이면에는 고정된 본질이 있다고 본다.

데리다의 해체는 바로 이 같은 이성이 숨기고 있는 '차이'를 털어놓게 하는 전략이다. 이성과 진리라는 이름으로 이뤄진 억압, 나와 다른 것을 배제하고 억압하는 서구적 형이상학(동일성 철학)을 해체하여 무력화하기 위한 전략이 '해체주의'다.

<저작>

▶ '입장들', 박성찬 옮김, 솔, 1992

▶ '그라마톨로지', 김성도 옮김, 민음사, 1996

▶ '법의 힘', 진태원 옮김, 문학과지성사, 2004

▶ '해체', 김보현 옮김, 문예출판사, 1996

▶ '글쓰기와 차이', 남인수 옮김, 동문선, 2001

▶ '마르크스주의 유령', 양운덕 옮김, 한뜻, 1996

<참고 문헌>

▶ 김진석, '탈형이상학과 탈변증법', 문학과지성사, 1992

▶ 김형효, '데리다의 해체철학', 민음사, 1993

▶ 김상환, '해체론 시대의 철학', 문학과지성사, 1996

▶ 스튜어트 심, '데리다와 역사의 종말', 조현진 옮김, 이제이북스, 2002

▶ 이성원, '데리다 읽기', 문학과지성사, 1997

▶ H 키멜레, '데리다:데리다 철학의 개론적 이해', 서광사, 1996

▶ 제프 콜린스, '데리다', 이수영 옮김, 김영사, 2003

▶ 로이 보인, '데리다와 푸코:동일성과 차이', 홍원표 옮김, 인간사랑, 1998

▶ 휴 실버만, '데리다와 해체주의 철학과 사상', 윤병호 옮김, 현대미학사, 1998

▶ 라이언, '해체론과 변증법', 나병철 등 옮김, 평민사, 1995

▶ 이광래, '해체주의란 무엇인가', 교보문고,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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