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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수 오·남용] 지하철은 지하수 먹는 '하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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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서울의 지하철역에서 나오는 지하수 발생량은 하루 15만t. 서울시민 전체가 하루에 뽑아쓰는 지하수(약 21만t)의 70%에 달하는 막대한 양의 물이 대부분 하수종말처리장으로 그대로 버려지고 있다.

지하철역에서 매일 지하수를 퍼내는 것는 안전 때문. 지하철역 주변에 지하수가 흐를 경우 지하철 역사에 과도한 수압이 가해지게 돼 이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지하수를 뽑아내고 있는 것이다.

7호선 도림천역에서 배출되는 지하수는 하루 5천2백여t. 5호선 장한평역 4천8백여t, 여의도역 3천1백여t, 6호선 고려대역에서는 무려 7천7백여t의 물이 버려지고 있다.

특히 지하수는 여의나루역 등 한강 주변을 지나는 역이나 종로3가역 등 여러 노선이 만나는 역에서 많이 생겨난다.

지하철역 주변에 지하수 유출로 갈수록 지하수 수위가 낮아지는 일도 심각한 실정이다. 7호선 숭실대역은 지하철 역사 주변 지하수 수위가 5년 만에 40m 이상 낮아졌다. 지하수 물줄기가 16층 고층빌딩 높이만큼 뚝 떨어진 것이다.

실제로 본사 취재팀이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이강근 교수팀과 함께 분당선이 지나는 탄천의 수량을 조사한 결과 지하철 백궁.초림역사 옆을 지나면서 하천 수량이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이 구간에서 수량이 초당 0.34㎥에서 0.26㎥로 급격히 감소했다.

李교수는 "물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갈 통로가 없는 곳에서 수량이 감소한 것은 지하철역의 과다한 지하수 유출로 지하수 수위가 하천수보다 낮아졌기 때문" 이며 "하천수가 지하로 스며들 정도라면 이 지역 지하수의 유실이 심각한 상황" 이라고 설명했다.

지하철 6호선 주변의 홍제천.불광천도 하천 수위가 낮아진 대표적인 경우. 주변 지하철역의 영향으로 하천수가 지하로 흘러들어가 강물이 거의 바닥을 보일 지경이 됐다.

지하철역에서 배출되는 지하수는 상수원 1~2급수 수준의 깨끗한 물이 대부분. 하지만 양질의 지하수가 재활용되는 비율은 전체 지하철 지하수 배출량의 0.7%에 불과하다.

중앙대 김윤영 교수는 "영국은 지하철 배출수를 이용하기 위해 설계단계부터 집수정을 만들어 물을 가둔 뒤 음용수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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