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우차, 지금부터가 더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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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청산의 기로에 서있던 대우자동차의 노사가 엊그제 구조조정에 합의함으로써 회생의 실마리를 잡았다.

노조가 구조조정 동의서를 수용하지 않아 11월 8일 최종 부도처리된 대우차 문제는 그동안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국민을 불안하게 했던 것이 사실이다.

법정관리를 신청했지만 노조 동의서가 첨부되지 않아 받아들여지지 않을 듯했고 청산만이 유일한 선택인 것처럼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대우차 노조가 감원 등의 구조조정에 원칙적으로 동의함으로써 해결 기미를 보인 것은 정말 다행스럽다.

대우차 문제는 일단 해결국면으로 진일보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간신히 대우차 회생의 물꼬가 트였을 뿐 앞으로가 더욱 문제며 훨씬 더 험난한 고비가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노조가 진심으로 구조조정에 동의한 것이 아니지 않을까, 격렬한 파업이 재연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합의문에 구조조정 시기와 규모가 언급돼 있지 않고, 노사 동수로 구성되는 경영혁신위원회에서 논의하기로 하는 등 모호한 부분이 있다.

막상 구조조정이 시작될 경우 노조는 '합의 위반' 이란 명분의 손상 없이 언제든 파업을 단행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노조측은 노조원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감원이 시행되면 언제든 파업이 가능하다" 고 말했다고 한다. 만약 이 말이 진심이라면 이번 합의는 법정관리 허용과 채권단의 자금지원 등에만 목적을 둔 전술적 후퇴라는 얘기밖에 안된다.

공기업도 아닌 민간기업의 구조조정에 정부와 채권단이 포함된 4자 협의기구의 구성 추진이 합의된 것도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엊그제 노사합의에 대해 국민이 왜 다행스러워하는지를 대우차 노조가 진심으로 되새기기를 바란다. 죽어가는 대우차를 살리려면 생살도 도려내는 과감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며 이것만이 다수를 살리는 길임을 깨달았으면 한다. 대우차 회생문제는 이런 인식의 전환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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