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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방학기간, 토요수업 자율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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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초.중.고교의 방학기간 자율 조정과 토요일 자율 등교제가 내년부터 이뤄지면 학교의 학사 달력이 확 바뀌게 된다.

지난 50년간 지역별.학교별 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짜였던 학교의 연간 계획이 학교.학생.학부모의 필요에 따라 융통성있게 세워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특히 주 5일제 수업으로 가기 위한 전 단계인 토요일 자율 등교제는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덜고 생활에 여유를 주는 효과가 예상된다.

그러나 놀이.문화시설이 부족하고 학교 밖 교육을 담당할 사회적 인프라가 부실해 사교육비의 증가 등 부작용도 우려된다.

◇ 방학기간 조정 효과=방학기간(여름 41일.겨울 43일.봄 9일)이 자율 조정되면 무엇보다 가족단위 휴가의 양상이 달라진다. 1주일 남짓한 여름휴가를 자녀들의 여름방학에 맞추느라 7월 말부터 8월 초에 집중됐던 피서 병목현상에 여유가 생긴다.

명절 때 자녀의 등교일에 맞추기 위해 교통대란을 뚫고 귀경하던 고충도 줄어든다.

농촌지역 학교는 농번기 때 가을방학을, 도심지역에서는 가정의 달인 5월에 가족과 함께 보내는 가족방학이 생겨날 수 있다.

방학기간은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한다. 그러나 연간 수업일수는 지켜야 한다.

교육부 학교정책과 정만섭 연구관은 "명절 전후, 수련회.체육대회 다음날 단기 휴업을 하는 학교가 많아질 것" 이라고 전망했다.

◇ 주 5일 수업 논란=교육부는 주 5일 근무 추세에 맞춰 전국 33개 초.중.고교를 실험학교로 선정, 내년부터 토요일에 쉬도록 했다.

주 5일 수업의 전면 도입은 여건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일반 학교에는 학생의 사정에 따라 등교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토요 자율 등교제' 를 도입한다.

이는 주 5일 수업의 보완책이다. 모든 학생이 토요일에 쉬면 맞벌이 부부의 경우 탁아의 부담이 생긴다. 따라서 이런 학생들은 등교시켜 학교에서 별도의 특별활동을 하게 하는 방식이다.

서울교대 연구팀이 조사한 결과 학부모들은 주 5일제 수업에 대해 ▶학생의 학습량.학력 저하▶맞벌이 부모의 경제적.정신적 부담을 우려했다.

수도권지역 초.중.고교생의 59%가 과외를 받는 현실에서 사교육비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보완대책=서울교대 유한구 교수는 "주 5일 수업이 실시되려면 학부모나 학생 모두 학교 밖에서 이뤄지는 체험활동도 공부라는 새로운 수업관을 가져야 한다" 고 지적했다.

주 5일 수업을 시행하고 있는 서울 월악초등학교는 보고서를 통해 "학생의 재택학습을 교과활동과 연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고 진단했다.

교육부 관계자도 "학생.학부모의 학습관이 바뀌고, 시설.여건이 갖춰질 때까지 충분한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교육전문가들은 방학기간 자율 조정, 자율 등교제가 정착하려면 지역의 자치단체와 사회단체가 학교 밖 교육프로그램을 개발.제공하는 등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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