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정치권 스마트폰 무장 … “트위터로 통하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한나라당 정병국 신임 사무총장은 7일 “국민과 기술 문명의 변화는 저만큼 가 있는데 정치권은 아직도 아날로그 시대에 머물러 있다”며 “변화의 핵심은 속도와 소통이며 이를 위해 한나라당을 스마트 당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무처 전 직원과 전 당원협의회에 스마트폰 지급 ▶지방선거 출마자에게 트위터 등 뉴미디어 활용 독려 ▶당 전용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개발 등을 약속했다.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되는 가운데 여야는 쌍방향 의사 소통을 강화하는 걸 골자로 하는 ‘스마트 정당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넉 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절박성이 여야의 이런 움직임을 촉발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스마트 정당 계획을 추진할 전담 부서를 설치하고 전 국회의원과 당원을 상대로 한 상시적인 교육 시스템인 ‘스마트 아카데미’를 운영키로 했다. 민주당은 네티즌 2~3명을 수도권 광역 비례대표 의원 후보로 추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당 홈페이지에 공약과 정견을 발표하고 나서 인터넷 투표를 통해 뽑힌 네티즌을 비례대표 상위 순번에 배치하는 방안이다. 민주당은 지난해부터 당원들을 상대로 블로그 활용을 적극 권장해 왔다. 지난달에는 당원들 중 ‘파워 블로거’ 10명을 선발해 정세균 대표가 직접 표창하기도 했다.

지난달 창당한 국민참여당의 경우 ‘온라인 정당’ 구상을 내세웠다. 최고위원회 등 중요한 회의는 홈페이지에서 생중계하고 당원들이 올린 댓글을 실시간으로 챙겨 회의에 반영하는 등 쌍방향 소통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당 공식 트위터(handypia)도 운영하고 있는데 현재 3만 명 당원 중 20% 정도가 트위터 계정을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진보신당의 노회찬 대표는 지난해 12월 휴대전화 메시지로 “원하는 당직자에게는 아이폰을 지급하겠다”고 공지한 다음 신청을 한 당직자들에게 수십 대의 아이폰을 나눠줬다.

후보자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진보신당 서울시장 후보인 노회찬 대표는 2만4000여 명의 팔로어(follower·친구 등록자)를 갖고 있다. 그가 최근 막걸리 마시는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자 한 팔로어가 막걸리 한 박스를 배달해 줬고 이를 받은 노 대표는 다시 트위터에 막걸리 회동을 제안, 모두 70여 명이 모였다고 한다. 그는 “트위터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한나라당 원희룡·나경원 의원, 국민참여당 유시민 전 의원, 경기지사 경선 참여를 선언한 민주당 김진표·이종걸 의원, 진보신당 경기지사 후보로 선출된 심상정 전 의원 등도 트위터 사용을 개시했다. 이들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에 트위터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그러나 선관위는 고민이다. 트위터가 외국 사이트인 데다 선거법이 기술력 발전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는 현실 때문에 트위터를 통한 불법 선거운동을 단속할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현행 선거법엔 트위터란 용어도 등장하지 않는다. 최근 경찰청은 “트위터를 통한 불법 선거운동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치권에선 실효성을 의심한다. 한나라당 김성훈 디지털위원장은 “당내에서 수차례 검토해 봤지만 트위터 내 비방 등에 대한 처벌은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적극 대응을 통해 트위터 내에서 걸러낼 수밖에 없다”며 “소프트웨어의 발전이 반드시 정치문화의 발전과 궤를 같이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가영·허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