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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말라붙는 '국토의 젖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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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요즈음 안양천은 한마디로 물기근 상태다. 본사 취재팀이 안양천 발원지를 출발해 안양 도심까지 안양천을 훑어가는 동안 강바닥이 빤히 드러나거나 아예 말라붙은 곳이 도처에 있었다.

일부는 군데군데 물줄기가 끊어져 마치 빈 공간처럼 보였다.

지난 8월 중순 태풍이 몰고온 폭풍우로 강둑 근처까지 물이 넘실대던 때와는 전혀 다른 안양천의 얼굴이다.

하천이 마르면 물부족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뿐 아니라 하천의 자연 정화기능이 상실돼 수질이 악화하고 생태계의 먹이사슬이 파괴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따른다.

하천의 목마름은 본사 취재팀과 서울대 이강근 교수팀.한국수도환경연구소가 지난 여름 한강 주변의 안양천.중랑천.왕숙천.탄천.경안천 등 5개 지천을 답사한 결과 드러났다.

모든 지천에서 건천화가 이미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었고 후유증을 심하게 앓고 있었다.

이중 안양천은 구로.영등포 일대에서 지하수의 깊이가 하천수의 깊이보다 낮아지는 역전현상이 나타나 하천수가 지하수로 흘러들어가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강근 교수는 "구로.영등포지역은 지하수 과다 사용으로 서울에서 유일하게 지하수 깊이가 하천수 깊이보다 낮은 지역으로 판단된다" 며 "하천수가 지하수로 흘러들면 하천의 물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오염된 하천수가 지하로 스며들어 지하수마저 오염시키게 된다" 고 지적했다.

도시하천과 자연(농촌)하천의 중간형태인 탄천은 성남 분당을 지나는 구간에서 수량이 크게 감소했다.

건국대 박종관(지리학)교수는 "분당 신도시가 건설되면서 아스팔트 도로 등 빗물이 침투하지 않는 면적이 넓어지고 구릉지가 파괴돼 빗물을 머금는 스펀지 역할을 할 수 있는 토양층이 줄어든 결과" 라며 "마구잡이로 개발된 용인 등 탄천 상류구간에서 수량이 감소한 것은 대형 공사가 하천 수량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 라고 진단했다.

하천 주변의 마구잡이 개발과 도시화로 하천 고유의 홍수조절기능도 급속히 상실되고 있다. 과거에는 여름 집중호우 때 홍수가 한강 등 대형 하천이나 급경사 산간지역에서 주로 발생했으나 최근 들어 도시지역의 홍수피해가 날로 느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국내에서 지난 1백년간 일어난 최악의 물난리 10건 중 7건이 최근 10년 사이에 집중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3년째 물난리를 겪은 중랑천의 경우 의정부 일대의 택지개발사업과 무분별한 도시계획시설이 범람의 단초를 제공했었다.

또 이 일대 천변에 건설된 왕복 2차로 도로는 말 그대로 중랑천을 '홍수 고속도로화' 하고 있다.

산림이나 초지와 달리 보도나 아스팔트는 빗물을 거의 흡수하지 못하기 때문에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홍수조절 능력은 약해지게 마련이다.

기획취재팀=박태균.김현승.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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