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신음하는 하천] 수량 감소로 수질 악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물이 마르면 수질도 함께 나빠지게 마련이다.

본사 취재팀과 한국환경수도연구소가 지난 여름 한강으로 들어오는 왕숙천 등 5개 지천에서 각각 6~10개 지점의 물을 채취한 뒤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대장균군 등 6개 항목을 검사했다.

그 결과 물이 말라버린 한강의 지천들은 수질이 크게 악화해 있었다. 안양천의 경우 발원지의 BOD가 1.7로 2급수 정도의 비교적 깨끗한 수질을 유지했으나 군포공단을 지나는 구역에서는 주변 공단에서 방류하는 공장폐수로 인해 수질이 급격히 떨어져 BOD가 28로 높아졌다.

수질이 5급수 기준(BOD 10 이하)보다 훨씬 나빠진 것이다. 이 지점에서 대장균군수는 1백㎖당 16만마리에 달했다(1급수는 50마리.2급수는 1천마리.3급수는 5천마리 이하). 군포공단을 지나면서 악화된 수질은 안양하수처리장과 서울로 들어서면 약간 호전되나 한강과 합류하는 지점에 이르러서도 5급수에 못 미치는 수질이었다.

경기도 양주군에서 시작하는 중랑천은 발원지의 BOD가 0.5로 깨끗한 1급수의 수질을 보였으나 의정부 시내를 지나면서 5급수 수준(BOD 8.7)으로 떨어졌고 의정부시 남단을 지나면서 BOD 33.2로 급속히 악화됐다.

이는 의정부 시내를 흐르는 중랑천의 지류들이 대부분 건천화돼 수량은 적은 데다 시내에서 흘려보낸 오염물질과 섞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기도 포천에 있는 왕숙천 발원지의 수질은 BOD 0.5로 깨끗한 1급수였고 모든 조사지점에서 BOD기준 3급수 이내여서 조사한 다른 지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깨끗했다.

이는 왕숙천이 아직 자연(농촌)하천이어서 오염물질의 유입이 다른 지역에 비해 적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경안천은 수량과 수질의 관계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강 상류에서는 2급수 정도의 수질을 유지하던 물이 강 중류를 흐르면서 BOD 12~15의 수질로 악화된다.

이 지역 주변에는 하천오염을 일으킬 만한 공장.난개발지 등이 없는데도 수질이 나빠진 것이다. 서울대 이강근 교수는 "하천의 수량이 줄면 수질도 같이 나빠진다는 사실이 간접적으로 증명된 것" 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