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안창호 사상 집대성 전집 출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시대의 '어른' 이 그리운 시절이다. 나라가 어려울 때 일수록 그런 아쉬움은 크기 마련이다. 국난(國難)이란 말이 심심찮게 회자되는 요즘이야말로 더욱 그런 때다.

만약 현실에서 그런 인물을 찾기 힘들다면 역사 속에서라도 찾아내 지혜를 구함은 어떨까. 마침 그런 사표(師表)의 전형이랄 수 있는 한 인물의 전집이 나와 힘을 준다.

도산 안창호(1878~1938) 선생이다. 잘 알다시피 그는 일제의 강점기 등 60평생을 위민애국의 정신으로 일관했던 난세의 선구자였다.

'도산안창호전집' (중앙M&B.사진)은 도산안창호선생기념사업회(회장 강영훈)가 치밀한 자료조사 끝에 완성한 도산사상의 결정판이다.

전14권의 방대한 분량으로 도산의 시문(詩文)과 서한(書翰).일기.연설문.전기(傳記).사진 등을 망라했다. 각 주제별로 일별한 뒤 연대순으로 재배열한 짜임새 있는 편집을 자랑한다.

전집 편찬위원으로 윤병석 인하대 명예교수.조동걸 국민대 명예교수.신용하 서울대 교수 등 근.현대사 전공학자 10명이 참여했다.

제1~3권은 시문.서한편. 선생의 명의로 발표한 글과 미발표 원고, 지인과 가족에게 보낸 편지를 정리했다. 도산(島山)이란 아호의 유래에 대한 설명도 이 편에 나온다.

선생은 1937년 동우회(同友會) 사건(동우회는 22년 평양 대성학교를 출신들로 짜여진 민족운동단체로 일제는 이를 말살하기 위해 37년 안창호.이광수.조병옥 등 주도자 검거에 나섰다)으로 재수감되기 직전 잡지 '조광(朝光)' 에 실린 글인 '태평양상의 일소도(一小島)' 에서 그 유래를 밝혔다.

1902년 미국으로 가는 도중 망망대해를 지나 하와이 부근에서 작은 섬 하나를 발견하고는, 그 기개에 감동한 나머지 '도산' 이라 했다.

반도강산(半島江山)의 도산은 아니란 얘기다. 1910년 해외로 망명하며 지은 '거국행(去國行)' 등도 시문.서한편에 실렸다.

민족운동가로서 도산의 궤적들은 제5~10권 사이에 주로 담겨있다. 미국에서 애국활동의 구심점이었던 대한인국민회를 비롯해 중국 상하이(上海) 대한민국임시정부시절과 유일당 운동, 흥사단 활동 등과 관련한 자료들이 죄다 이 쪽에 묶였다.

이 가운데 1913년 5월 도산 주도로 미국에서 창립된 흥사단(興士團)은 민족대업의 기초로서 선생이 가장 역점을 둔 사업으로 지금까지도 명맥이 이어져 오고 있다.

유일당 운동은 26년 미주순방을 마치고 상하이로 돌아온 뒤 "우리의 혁명은 민족운동" 이라며 좌우익을 불문한 '대혁명당' 의 조직을 역설한 것이다.

이밖에 이광수.주요한이 쓴 선생 전기와 각종 논찬(論纂).휘호.유품.사진 등은 각각 제11~14권 속에 들어있다.

아무리 위대한 사상이라도 늘 현재와의 연관성 속에서 되물어야 가치가 새로운 법이다. 우리가 이번 전집 발간을 반기며 도산사상의 '현재성' 을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도산기념사업회 강영훈 회장은 "도산사상은 독립된 국가의 이상을 자유.민주.정의.복지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광복이후 조국의 국가체제가 자유민주국가여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제시했으며, 그 속에 농후하게 보이는 도의(道義)민주적 색채는 인류보편의 가치와 부합한 것으로 21세기 우리 민족의 위상을 높이는 중요한 사상적 기반" 이라고 밝혔다.

정재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