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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전노조 파업은 없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한국전력 노조가 분할매각을 골자로 한 민영화 계획의 수정을 요구하며 전면파업을 선언했다. 파업 단행 여부를 떠나 부채가 늘어나는 공기업의 노조원들이 구조조정에 반대해 극단적인 집단행동을 벌이는 것은 자제해야 마땅하다.

경제위기 돌파 국면에서 과감한 민영화와 감량경영은 피할 수 없는 길이다. 지금 그 고비의 갈림길에서 한전 같은 거대 공기업 노조의 신중하고도 대안있는 상생(相生)의 타협점 모색이 절실하다.

공기업 경영이 방만하게 된 데는 낙하산인사 등으로 비효율을 자초한 정부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

그러나 물경 31조원의 부채 때문에 연 1조원의 이익을 내면서도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한전을 기간산업이란 이유만으로 계속 끌고갈 수는 없지 않은가.

더군다나 공공부문은 상대적으로 개혁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점을 감안할 때 한전뿐 아니라 철도청.한국담배인삼공사.한국중공업 등 공기업 종사자들은 민영화와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수순이란 점을 수용해야 한다.

공기업뿐 아니라 파업을 예고한 건설노련.금속노련.사무금융노련과 공동 '동투(冬鬪)' 를 선언한 한국.민주노총 등에도 자제를 당부한다.

정부의 정책실패로 다시 실직의 고통에 직면한 근로자의 심정은 이해하고도 남는다. 정부는 경제가 이 지경에 이른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근로자와 국민의 아픔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정치권도 대오각성, 공적자금을 속히 처리하는 등 경제현안에 눈을 돌릴 것을 촉구한다.

그러나 노동계 역시 위기국면으로 치닫는 우리의 경제현실을 감안할 때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는 대세며, 극단적 대결은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강성노조 이미지가 되살아날 때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은 가속되고, 대우차 예에서 보듯 말없는 다수 근로자들에게 더 큰 고통을 안겨줄 뿐이다.

지금은 대결이 아니라 노사.노정이 머리를 맞대고 협력과 공조를 모색하는 지혜를 발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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