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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주제 아침공부 35년간 쉬지 않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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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나라가 발전하려면 기업이 발전해야 한다. 기업이 발전하려면 경영자가 공부를 해야한다. 경영자가 바빠서 공부할 시간이 없다면 아침밥을 먹으면서라도 해야한다.’ 1975년 2월5일 오전 7시, 기업인을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 최초의 조찬공부모임 ‘인간개발경영자연구회’가 시작된 배경이다. 연구회는 매주 목요일에 열린다.

4일에도 어김없이 오전 7시에 롯데호텔에서 창립 35주년 모임이 열렸다. 조순 전 경제부총리, 오명 건국대 총장, 이부영 북아평화연대 공동대표, 윤용로 기업은행장, 윤병철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손욱 농심회장, 조건 현대아산 사장 등 약 250명이 모였다.

이 모임을 만든 것은 장만기(74·사진) 인간개발연구원 회장이다. 장 회장은 “연구회가 한국 사회에 ‘조찬 문화’와 ‘공부하는 CEO’가 뿌리내리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공부하는 주제는 ‘인간개발’, 바로 ‘사람’이다.

“70년대만 해도 노동 인력이 넘쳐나서 기업이 사람에 대한 배려를 덜했습니다. 영등포 공장 근무자들이 한방에 모로 누워서 칼잠을 자던 시절이었죠. 하지만 경제의 규모가 커질수록 사람이 점점 중요해집니다. 그래서 ‘인간경영’ ‘지식경영’을 앞세웠던 겁니다.”

장 회장은 “IT(정보기술)·BT(생명기술) 시대에서 사람을 움직이는 PT(People Technology) 시대로 넘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회는 초빙강사의 강연이 중심이다. 35년 세월 동안 강사들의 성격도 바뀌었다. 처음에는 대학교수 위주였다. 연구회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장관·총리 등 관료들이 강연을 맡았다. 주무 부처의 최신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다음은 외교관. 우루과이 라운드로 쌀 문제가 첨예할 때 도널드 그레그 당시 주한미국대사를 초청하는 식이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등 경영자들도 강연을 맡았다. 88년엔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강연을 했다.

“경제인들에게 ‘대중경제론’을 소개하고 싶다더군요. 외부의 압력을 극복하고 강연하던 날, ‘기업인들과 꼭 만나고 싶었다. 데이트를 신청했는데 부모가 반대해서 못만나다가 이제야 만나게된 기분’이라고 하셨죠.”

김영삼 전 대통령, 김종필 전 총리 등 ‘3김’이 모두 강연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2001년 강연을 한 적이 있다.

연구회는 한 주도 거른 적이 없다. 1980년 12월 13일 목요일. 신군부의 서슬이 퍼렇던 12·12 사태 바로 다음날에도 모임을 열었다. 거리 곳곳에 바리케이트가 쳐져있을 때였다. 목요일이 명절이나 공휴일이면 수요일이나 금요일로 옮겨서 진행했다. 4일 모임이 1631번째다.

장회장은 71년 ‘다보스 포럼’을 만든 클라우스 슈바프(72) 세계경제포럼(WEF) 회장과 닮은 꼴이다. 교수 출신으로 회사를 경영한 경력, 나이와 모임을 만든 시기까지 비슷하다. 장회장은 “아직 슈바프 같은 성과는 못 거뒀지만 TPT(Total People Technology)재단을 만들어 참사람을 기르겠다는 꿈이 있다”며 “피터 드러커도 96세, 마쓰시타 고노스케도 95세까지 활동했다”고 말했다. ‘더 좋은 사람이 더 좋은 세상을 만든다(Better people, better world)’. 그의 신념이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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