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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총련 등 이적단체 처벌 근거 사라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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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가보안법이 없어지고 열린우리당의 방안대로 형법이 개정되거나 대체입법이 이뤄질 경우 공안사범들에 대한 법 적용이 상당히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적단체와 남파 공작원에 대한 처벌은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으로 분석된다.

지금까지 사법 당국은 북한을 반국가 단체로 볼 수 있는 보안법 조항에 따라 한총련이나 범민련 등을 이적단체로 규정한 뒤 소속원들을 처벌해 왔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이 이적단체 처벌 조항을 삭제해 이들에 대한 처벌이 불가능해질 것 같다. 따라서 열린우리당의 안을 따른다면 당장 한총련이나 범민련 등의 단체가 합법화될 수도 있다.

남파 공작원을 처벌할 근거도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 공안 당국의 설명이다. 처벌 근거인 잠입.탈출 조항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공안 당국은 특히 열린우리당의 주장처럼 북한을 준적국으로 간주할 경우 북한을 위해 간첩활동을 한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을 뿐 단순히 북한의 노동당 등에 가입한 행위는 처벌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상고심이 진행 중인 송두율씨의 경우 노동당에 가입해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활동했다는 검찰의 공소 사실은 모두 죄가 되지 않는다.

한편 열린우리당이 제시한 첫 번째 안은 형법 87조 내란죄에 '내란목적 단체 조직' 부분을 새로 둔 것이 핵심이다. 내란목적 단체는 '국토를 참절(강점)하거나 국헌을 문란케 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결사 또는 집단으로서 지휘통솔체제를 갖춘 단체'로 규정했다.

보안법상 반국가단체 개념과 유사한 것으로 북한을 규정할 근거를 제시한 것이다. 보안법에서 반국가단체를 위한 활동의 처벌 조항인 목적 수행죄는 형법 90조 '예비.음모.선동.선전'으로 대체키로 했다.

현재 '적국'을 위한 활동만을 대상으로 한 간첩죄를 외국과 외국인의 단체를 위한 간첩 행위로 범위를 넓혔다.

두 번째 안은 북한을 준적국으로 해석하도록 했다. 현행 형법의 준적국 조항(102조)에 '대한민국의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케 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나 조직'을 추가한 것이다. 첫 번째 안과 마찬가지로 간첩죄에 외국.외국인 부분을 추가했다.

준적국을 위해 활동한 경우에 대한 구체적인 처벌 규정 없이 간첩죄로 처벌토록 했다. 즉 현재의 보안법 사범을 사실상 간첩죄만으로 처벌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세 번째 안은 첫 번째와 두 번째 안을 합한 것이다.

대체입법안(가칭 국가안전보장특별법)은 보안법상의 반국가단체 대신 '국헌문란목적 단체'라는 개념을 들여왔다.

이 개념을 적용해 북한의 지령을 받고 활동한 사범을 처벌한다는 것이다. 보안법상 반국가단체를 규정하던 '정부 참칭'(스스로 정부라고 일컬음) 부분을 빼고 '국헌을 문란케 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집단'으로 정의했다.

열린우리당은 네 가지 안 모두에서 보안법상의 찬양.고무 및 불고지, 잠입.탈출 등은 공통적으로 삭제했다.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는 "찬양 고무의 경우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는 대표적인 악법이어서 삭제했다"고 말했다.

김정욱.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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