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이산상봉] 평양서 교수 된 동생 기다리는 하재인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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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동생의 어릴적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오는 30일 남북 이산가족 상봉 때 북한 평양의 김책공업종합대학 강좌장인 동생 하재경(河栽京.65)씨가 서울을 방문한다는 소식에 형 재인(栽寅.74.서울 서초구 잠원동.사진)씨는 감격스러워 했다.

재인씨는 "3남1녀 중 막내였던 재경이는 집안에서도 머리가 좋아 귀여움을 많이 받았다" 며 "학자로 반드시 성공할 줄 알았다" 고 말했다.

재인씨는 "지난 8.15 이산가족 상봉 때도 동생이 나를 찾는다는 소식을 듣고 기다렸는데 최종 1백명 명단에서 제외돼 그리움을 삭이느라 밤잠을 설쳤다" 고 당시의 안타까움을 전했다.

재경씨는 서울 중앙중학교 3년에 재학 중 6.25가 발발하자 의용군에 입대했으며 북한에서 야간기술전문학교와 박사원(대학원 박사과정)을 거쳐 30여년째 교육자의 길을 걸어왔다.

재인씨는 "6.25 당시 동생과 나는 충북 괴산에 계셨던 아버지와 떨어져 서울에서 하숙 중이었는데 시립시민병원 인턴으로 근무하느라 동생을 제대로 보살피지 못한 점이 늘 마음에 걸렸다" 고 말했다.

특히 해방되던 해에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셔서 바로 위인 자신을 따르던 동생의 생사를 몰라 더욱 안타까웠다는 것.

재인씨는 "아버지와 형.누나가 다 돌아가시고 이제 나만 남았는데 동생에게 그분들의 소식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모르겠다" 며 눈시울을 적셨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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