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정치풍자 물만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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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미 대선 결과 발표가 차일피일 늦춰지자 가장 신이 난 건 정치 풍자 웹사이트 운영자들과 코미디언들이다. 이들은 빌 클린턴 대통령의 '르윈스키 성추문 스캔들' 이래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MSNBC와 BBC방송 등에 따르면 지루한 법정 다툼에 지친 미국민이 머리 식힐 데를 찾으면서 플로리다주 재검표 사태 등을 소재로 한 정치 풍자물이 봇물 터지듯 흘러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풍자대상으로 가장 인기 있는 것은 팜비치 카운티에서 문제가 된 나비형 투표용지. 유머작가 데이브 배리는 "후보들의 얼굴이 그려진 투표용지를 새로 고안해 지지 후보의 눈에 구멍을 뚫는 기표방식을 도입하자" 고 투표용지 문제를 비꼬았다.

그는 "만약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엉뚱한 짓을 할 경우 바그다드 상으로 가장 강력한 최신 무기인 변호사 부대를 투입하겠다" 며 변호사들 간의 대리전이 되고 있는 대선상황을 꼬집었다.

풍자 신문인 '디 어니언' 은 웹사이트에 부시와 고어가 전쟁으로 치닫는 가상상황을 실었다.

고어가 플로리다에서 여섯번째 재검표를 요구했다는 소식을 들은 부시측 테네시주 주민들이 공화당 민병대를 조직, 공고한 고어의 내슈빌 진지를 공격한다는 것이다.

내전이 발생하자 클린턴 대통령은 자기가 미국의 영원한 대통령이라고 선언하고 나라 이름도 미 합중국(USA)에서 '성 클린턴 제국(The Holy United Imperial Americlintonian Demopublic)' 으로 바꿨다고 이 사이트는 풍자했다.

또 다른 풍자 사이트는 화살표와 버튼이 어지럽게 난무하는 투표용지를 자체 제작해 올린 뒤 "나비형은 이처럼 부시 외에는 찍을 수 없게 만들어진 것" 이라고 비꼬았다.

대선풍자가 큰 인기를 끌자 아마존 닷컴도 재빠르게 홈페이지를 나비형 투표용지를 패러디한 것으로 바꿔 나비의 왼쪽 날개엔 경매.책.선물 등을, 오른쪽 날개엔 음악.자동차.소프트웨어 등의 항목을 진열했다.

이 사이트는 "우리는 고어나 부시 후보 어느 한쪽을 지지하지는 않는다" 는 정치적 중립 선언까지 담았다가 무슨 이유에선지 풍자란의 운영을 중단했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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