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폴리틱스] 김용갑 발언 파문 불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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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김용갑(金容甲.밀양-창녕)의원의 홈페이지에는 지금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4일 金의원의 "민주당은 조선노동당 2중대" 발언 때문이다. 지난 2월 개설 이후 총 1백82건에 불과하던 게시물이 '2중대' 발언 후 1천8백건(19일 아침 현재)으로 폭증했다.

"양식있는 자들이 침묵할 때 의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발언" 이란 찬사와 "민족 화해에 역행하는 수구 반동의 망발" 이란 비난이 섞여 있다.

퇴출 문화를 주가 순위로 집계한다는 가상 역(逆)증권 '꼴통스탁(http://www.goltongstock.com)' 도 네티즌들의 상장 요구가 빗발치자 16일 金의원을 긴급 상장했다.

金의원의 발언에 대해 "한나라당이 경상도에서만 표를 얻으려고 하느냐" 고 비판했던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서울 강동갑)의원의 홈페이지에도 불똥이 튀었다.

한쪽에선 "동료를 헐뜯으려면 당적부터 바꾸라" "영남인을 모독했다" 고 아우성인가 하면 "망국적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행태를 제대로 짚었다" 는 격려의 글도 많다.

한국 정치의 가장 민감한 부분인 이념과 지역감정 문제가 얽히면서 네티즌간 논쟁은 거칠어지고 있다. 저질 욕설.인신 공격이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한명이 게시판을 한꺼번에 20~30건씩 도배하는가 하면, 마음에 안 드는 글이 올라오면 떼거지로 달라붙어 '이지메' 하는 일도 벌어진다.

李의원은 홈페이지에 "金의원의 발언을 계기로 진정한 보수의 의미를 진지하게 성찰하자" 는 호소문을 올렸으나 양 진영의 격앙된 감정은 수그러들 기미가 없다.

국회의 김용갑 파문은 수습국면이지만 사이버 공간의 논쟁은 격렬한 파장을 낳고 있다. 한 네티즌은 "국회 정쟁도 지겨운데 사이버 공간마저 구태를 답습하고 있다" 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사이버홍보팀 관계자는 "e-폴리틱스의 성숙을 위해선 기술발전뿐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게끔 사이버 정치문화의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고 말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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