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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만한 것도 질병 혼내기만 했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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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 공부 못하는 아이의 성적 향상을 위해선 지능검사·심리검사 등을 통해 학습부진의 원인을 밝힌 뒤 대책을 세워야 한다.

'내 아이가 공부를 못할 때 매를 드십니까'.

성적은 학생의 뇌기능과 집중력.심리 상태.노력 등 다양한 학습 수행능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물이다. 따라서 아이의 성적이 떨어지면 근본 이유부터 밝혀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순서다. 다행히 최신 의학은 지적 능력과 관련한 뇌의 구조적.정서적 문제의 해법을 찾아 학습을 도와주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주의력 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어린이들이다. 이런 아이들은 단체생활인 유치원에 다니면서부터 때와 장소를 안 가리고 혼자서 딴 짓을 하거나 왔다갔다 하는 등 산만하고 충동적 행동이 눈에 띈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정유숙 교수는 "뇌 전두엽(前頭葉)부위의 혈류 감소 등 이상이 병의 주요 원인"이라며 "지능이 좋더라도 집중하지 못하다 보니 성적도 나쁘고 부산한 행동 때문에 매일 혼나면서 자란다"고 들려준다. 따라서 병을 방치하면 공부를 못하는 것은 물론 반항심 많고 '욱'할 때 충동적 행동을 하는 문제아로 발전하기 쉽다. 미국 등 선진국에선 이 같은 학습장애 아동의 치료에 보조금을 지급하기도 한다.

다행히 각성제의 일종인 메틸페니데이트 등의 약물치료와 인지행동 치료로 증상이 좋아져 산만함이 줄면서 성적도 놀랄 만큼 향상된다.

뇌의 특정 부위 이상 때문에 나타나는 읽기장애.쓰기장애.산수장애 등 특수 학습장애도 있다. 예컨대 읽기장애 어린이는 평상시 대화도 잘하고 말로 설명해 준 내용은 이해를 곧잘 하다가도 막상 글을 읽히면 더듬거릴 뿐 아니라 읽은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스스로 '나는 머리가 나쁘다'는 생각에 아예 공부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정 교수는 "이 병 역시 어릴 때부터 시.공간 능력을 발달시키는 놀이 등을 꾸준히 지도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가정.학교.친구 등의 문제로 불안증.우울증이 생겨도 학업수행 능력이 떨어진다. 정 교수는 "정서장애 어린이는 약물과 상담치료를 통해 원인을 개선해 주면 곧 학습능력 향상과 더불어 성적이 오른다"고 설명한다.

물론 지능이 나빠도 좋은 성적을 받기 어렵다. 특히 지능지수(IQ)가 75~85 정도일 땐 일상생활을 하는 데는 지장이 없지만 성적은 학년이 올라가면서 눈에 띄게 떨어진다. 이 경우 아이의 학습능력을 무시한 채 공부를 강요하다간 성적은커녕 심리.정서적 갈등만 초래한다.

서울대 의대 소아정신과 신민섭 교수는 "이런 아이들은 지능 수준에 맞는 '눈높이 학습'을 시키는 게 학업 능력도 올리고 행복한 아이로 성장하게 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황세희 전문기자.의사

*** 이런 아이는

1. 산만해요

(초등 2년, 남자 / 지능(IQ) 125/ 성적 하위권)

■혼자서 딴 짓을 잘한다.

■수업시간에도 왔다갔다 한다.

■집중력이 없어 하던 일을 중도하차한다.

■준비물을 못 챙기고 소지품을 잘 잃어버린다.

■남이 말하는 도중에 끼어든다.

■짝에게 수시로 치근거리고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받는다.

-아이의 행동이 뇌 이상에서 초래한다는 점을 인식한다.

-아이의 방을 단순하게 꾸며준다.

-행동하기 전 생각을 먼저 하는 훈련을 시킨다.

-지시사항은 간단.명료한 말로 한번에 한가지씩만 한다.

-하루 한 번씩은 아이에게 사랑한다는 표현을 한다.

-지능.적성.심리검사를 통해 아이의 인지 기능과 정서적 문제를 정확히 파악한다.

-약물치료는 적어도 1년 이상 받도록 한다.

-행동치료와 정기적인 면담을 약물치료와 꼭 병행한다.

2. 지능이 낮아요

(초등 3년, 여자 / 지능 75 / 성적 하위권)

■저학년에선 큰 문제 없다가 고학년으로 올라가면서 매학기 눈에 띄게 성적이 떨어진다

■예.체능을 제외한 전 과목을 골고루 하지 못한다

■말수도 줄어들고 짜증을 많이 낸다

■자신감이 없고, 늘 혼자 있으려 한다

-학업능력은 타고난 지능과 관련 있음을 부모가 인정하고 아이에 대한 기대수준을 낮춘다.

-지능.적성.심리검사 후 아이의 수준과 능력에 맞는 공부를 시킨다(고학년이라도 필요하면 저학년 교육).

-아이가 한번 들어 이해하지 못할 땐 반복.설명해 준다.

-틀리거나 못해도 혼내지 않는다.

-잘하는 일이 있을 땐 아낌없이 칭찬을 많이 한다.

-학교 공부 이외에 아이가 잘하는 분야나 적성을 찾아내 능력을 개발시킨다.

3. 우울증이 있어요

(초등 6년, 남자 / 지능 137 / 성적 하위권)

■공부를 잘했으나 정서적 변화와 함께 성적이 떨어졌다.

■최근 들어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일이 눈에 띄게 줄었다.

■사소한 일에도 화를 잘 낸다.

■기분이 가라앉아 수업시간에 멍하니 있을 때가 많다.

■혼자서 있을 때가 많다.

■매사 의욕이나 관심이 없다.

-전문가의 면담을 통해 현재의 심리상태를 정확히 파악한다.

-아이의 심리를 불안하고 우울하게 만드는 환경적 요인을 찾아 교정해 준다.

-처음 3~6개월간은 항우울제 등 약물치료의 도움을 받는다.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놀이나 취미활동을 제공한다.

-정기적인 상담을 통해 정서적 변화를 점검한다.

-친구와의 관계를 개선하도록 도와준다.

4.읽기.쓰기 장애

사례

: 초등학교 2학년, 남자
지능(I.Q.): 115
성적: 하위권

문제점

■말은 잘하는데 책은 더듬거리면서 읽음

■자신이 읽은 내용은 이해 못하는 말로 설명하면 잘 이해함

■서너살 이후에도 말을 이해하거나 표현하는 능력이 유난히 늦었다.

■나는 머리가 나쁘다' 며 아예 공부를 포기한다.

대책

-하루빨리 특수교육을 받은 선생님으로부터 교정을 받는다.

-보호자는 뇌의 특정 부위 장애가 있으므로 단기간 교정은 어렵고 장기간 교육받아야 한다는 점을 인식한다.

5. 학습 습관에 문제가 있는 아이

사례:

초등학교 3학년,남자
지능(I.Q.): 121
성적: 하위권

문제점

■귀가후 시간이 많아도 늘 숙제를 안한다.

■준비물을 제대로 안챙기고 신경도 않쓴다.

■학원 숙제도 안한다.

■선생님한테 혼나는 일을 예사로 여긴다.

대책

-숙제는 학생이 꼭 해야 되는 의무임을 인식시킨다.

-적어도 6개월 이상은 부모가 숙제.준비물 챙기기를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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