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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모은 재산 내놓은 ‘아름다운 황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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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길분예 할머니가 지난달 29일 대전 한밭대 설동호 총장에게 2000만원을 기탁하고 있다. 그는 최근 3년간 15억2000만원 상당의 재산을 이 대학에 내놓았다. [한밭대 제공]

90대 할머니부터 재소자까지 기부대열에 동참했다.

대전시 서구 도마동에 사는 길분예(92)할머니는 최근 3년간 4차례에 걸쳐 평생 모은 재산 15억원을 대전 한밭대에 내놓았다. 길할머니는 지난달 29일 한밭대 설동호 총장을 찾아와 현금 2000만원을 장학기금으로 기탁했다.

그의 기부는 2008년 8월부터 시작됐다. 당시 길할머니는 이 대학을 방문, “평생 모은 재산을 기부하고 싶다”며 1억2000만원 상당의 대전시 서구 정림동 임야(1158㎡)를 맡겼다.

그는 “그동안 어려운 이웃을 도울 방법을 찾던 중 한밭대가 어려운 이웃을 위해 무료 강좌를 연다는 소식을 듣고 기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밭대는 내년부터 기초생활 수급자 등을 대상으로 평생교육원에서 자격증 취득 등을 위한 무료 강좌를 운영할 계획이다.

길할머니는 지난해 9월에는 현금으로 9000만원을 들고 학교를 찾아오기도 했다. 지난달 12일에는 13억원짜리 부동산(2층 상가 건물과 대지)을 한밭대에 기탁한다는 내용의 유언을 남겼다.

길할머니는 대전 서구 도마동의 상가건물안 40㎡(13평)짜리 단칸방에서 혼자 살고 있다. 결혼도 하지 않고 평생 혼자 살아온 그는 폐휴지와 재활용품 등을 주워 팔아 한푼 두푼 모았다. 한밭대는 길할머니의 법명(法名)을 딴 ‘선명화장학재단’을 설립하기로 했다.

충북 괴산군 괴산읍 서부리에 사는 김경님(79)할머니도 2일 괴산고교에 찾아와 가난한 학생 학비로 써 달라며 1000만원을 맡겼다. 할머니는 지난해 7월 지병으로 별세한 남편 이승우(당시 79세)씨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 찾아왔다고 밝혔다.

그는 “남편이 평생 모아놓은 돈을 어디에 쓸지를 고민하다 남편이 졸업한 학교에 기탁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해마다 장학금 1000만원을 내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남편과 방앗간을 경영하면서 모은 돈으로 딸 둘을 모두 출가시킨 뒤 괴산에서 홀로 여생을 보내고 있다.

괴산고는 이 돈으로 ‘이승우 장학금’을 만들어 가정형편이 곤란한 학생들에게 줄 계획이다.

이와함께 충남 공주교도소 재소자 7명은 최근 노역해 번 작업장려금 309만원을 범죄 피해자를 위해 써 달라며 ‘공주·청양범죄피해자 지원센터’에 기부했다.

이가운데 강도상해죄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아 수감 중인 한모 씨는 2년2개월 동안 청소작업(1일 800원)으로 모은 작업장려금 전액(99만4120원)을 내놓기도 했다. 대전지검 공주지청은 이 기부금을 범죄로 인한 피해자 가운데 형편이 어려운 가정을 선정해 전달할 계획이다.

법무부는 지난해 수형자들이 작업장려금을 기부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작업장려금은 수형자들의 노동 의욕을 높이고 사회복귀를 돕고자 노동활동 대가로 매월 주는 돈이다.

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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