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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불만 실시간 체크하라” … 유통업계, 도요타 사태서 배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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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현대백화점 고객서비스팀 직원이 3일 서울 압구정 본점에서 고객들의 짐을 들어주는 ‘빨간모자 요원’들을 상대로 고객불만을 조사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제공]

도요타 사태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으려는 유통업체들의 노력이 한창이다. 대규모 리콜 사태의 원인은 결국 소비자 불만에 제때 대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착안한 것이다. 소비자를 직접 상대해 영업하는 백화점과 대형 마트들은 그간 운영해 오던 소비자 불만 처리 시스템을 대폭 강화하거나 주부사원 간담회에 대표이사가 직접 참석하는 등의 보완책을 내놓고 있다.

현대백화점 하병호 대표는 지난달 29일 도요타 사태와 관련해 전국 11개 점포 점장 전원을 참석시킨 확대 간부회의를 소집했다. 2시간 넘게 진행된 회의의 긴급 안건은 ‘VOC(Voice of Customer·고객의 목소리)’ 채널 확대 방안. 회의 결과 고객 불만을 효과적으로 듣고, 이를 처리하기 위해 당초 올 상반기 중 구축하려던 ‘VOC 오디션(가칭) 시스템’을 최대한 서둘러 2월 안에 구축하기로 했다. ‘VOC 오디션’ 시스템은 사내 통신망의 일종으로 8400여 명에 달하는 현대백화점그룹 임직원은 여기 올라오는 고객 불만 사항의 내용이나 처리 상황 등을 수시로 점검할 수 있다.

고객 민원 접수 창구도 기존 인터넷과 상담실 외에 교환실, 빨간모자(짐 들어주는 직원), 계산대, 발레파킹, 안내데스크 등으로 넓힌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고객과 접하는 이들은 본사 직원이 아닌 매장 직원들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현대백화점은 고객과 접점에서 일하는 모든 직원의 자리에 불만 내용 접수용 노트북을 설치하고 고객의 불만 내용을 즉시 입력해 공유하도록 했다. 합리적인 문제 제기를 해 이를 시정토록 한 고객에게는 보상을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롯데마트 노병용 대표는 최근 매월 한 차례씩 열리는 주부 모니터 사원 간담회에 직접 참석하기로 했다. 유통업체마다 주부 모니터 사원 제도를 운영하지만 대표이사가 직접 이들과 만나 의견을 듣는 것은 드문 일이다. 모니터 사원 간담회에는 노 대표뿐 아니라 상품본부장·판매본부장·마케팅부문장 등 주요 임원이 참석한다. 덕분에 경영실적회의를 제외하면 주부 모니터 사원 간담회가 가장 최고위급 임원들이 참석하는 회의가 됐다. 롯데마트는 지난달 간담회에서 나온 ‘외국인 고객을 위한 안내 방송 실시’ ‘자체브랜드(PB) 상품 포장 개선’ 등 건의 사항들을 즉각 시정하기로 했다.

신세계백화점은 당장 이달부터 사내 ‘스마일 아카데미’를 연다. 매장관리자 및 교육담당자 전원(589명)은 스마일 특화 교육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협력회사 사원 2만2000명도 의무적으로 수강해야 한다. 스마일 아카데미 신설은 최근 고객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전체 응답자 중 60%가 “웃는 얼굴로 고객을 응대하는 직원이 적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도요타 사태 이후 이 회사 박건현 대표는 수시로 임직원들을 불러 새삼 친절을 강조한다. 사내 방송에서도 고객 만족(CS)과 관련한 내용을 소개하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현대백화점 권태진 서비스팀장은 “도요타 사태를 계기로 유통업체들은 소비자의 작은 불만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점을 새삼 깨달았다”며 “소비자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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