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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돌출발언-파행국회 없애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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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민주당을 조선노동당 2중대라고 표현한 김용갑(金容甲)의원의 돌출 발언 한 마디에 난리라도 난듯 호들갑을 떤 우리 국회의 성숙하지 못한 모습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이런 지엽적 사안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고 국회가 이틀씩이나 파행을 겪었으니 이래가지고서야 어떻게 사회 갈등을 통합하고 조정하는 국민 대표기구로서의 국회라 할 수 있겠는가.

어제 국회는 여야 총무가 국회 정상화 원칙에 어렵사리 합의하고서도 민주당의 金의원 제명 강행 문제에 걸려 또다시 엎치락 뒤치락을 거듭했다. 가까스로 밤늦게 국회가 정상화돼 다행스럽긴 하나 문제가 완전 해결된 게 아니어서 개운찮다.

이미 지적했듯 상대를 모욕하는 金의원의 자극적 발언은 분명 잘못됐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잘못된 발언임을 인정하고 총무의 유감 표명과 속기록 삭제를 수용했는데도 민주당이 이를 계속 문제삼은 건 지나쳤다.

총무합의 사항 위배라고 할 수 있으며 돌출발언에 대한 과잉 반응이라고 본다. 곁가지에 매달려 툭하면 회의를 중단시키고 국회 파행으로 끌고가는 우리 국회의 고질적 행태를 언제까지 되풀이할 것인가.

민주당은 집권 여당으로서 국민과 약속한 새 정치와 동떨어진 고질이 재연된 데 대해 반성해야 한다. 불가피한 상황이 아닐 경우 국회는 정상 운영돼야 한다. 그러한 체제를 정립하기 위해 여야의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여야 모두 걸핏하면 상대에게 초강수의 공세를 펼치는 살벌한 대결 태세도 고쳐야 한다. 작은 사안마다 감정적 총공세로 맞서니 국회는 늘상 정치 싸움판으로 변질되고 정작 예산이나 남북문제.경제위기 같은 국가 중대사들은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다. 그때문에 사회 갈등을 봉합해야 할 국회가 오히려 갈등을 확대 재생산한다는 비난을 사게 된다.

최근 들어 사안이 돌출될 때마다 으레 등장하는 의원 제명 요구도 큰 문제다. 이번 金의원 외에도 16대 국회 들어 여야 각당에서 제명을 거론한 의원은 4명이나 된다. 의원 개개인은 국민이 선출한 국민의 대표다.

의원에게 면책특권이나 회기 중 불체포특권을 부여한 것도 의원의 자유로운 활동과 함께 국민 대표로서의 신분을 보장하자는 데 그 취지가 있다.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의원 제명을 들고 나오는 것은 국회의원 스스로 자신들의 위상을 해치는 자해행위인 셈이다.

金의원이 제기한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는 남북 정상회담 이후 우리 사회 진보.보수 진영간에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이슈다. 기왕 언급됐으니 남남 갈등 해소를 위해서도 국회 차원에서 본격 논의를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를 정쟁의 대상으로 삼거나 金의원처럼 극단적인 발언으로 상대를 자극하는 일이 있어선 안되며 그야말로 초당적 입장에서 국가 장래와 남북관계의 진전상황 등을 종합해 결론을 도출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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