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측, 법정투쟁 등 대비 자금모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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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플로리다주 캐서린 해리스 내무장관이 재검표를 막으려는 불행하고도 납득하기 힘든 작업을 하고 있다."

앨 고어 민주당 후보 선거본부장인 윌리엄 데일리는 14일 밤(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자청해 목청을 돋웠다.

해리스 플로리다주 내무장관이 "법원의 결정에 따라 개표결과 마감 시한 이후에 수작업 재검표가 필요한 카운티는 내일 오후까지 사유서를 제출하라" 고 발표한 지 30분 만의 일이었다.

그로부터 수십분 뒤 고어 선거본부 소송대리인 대표 데이비스 보이스는 "주 당국의 방침과는 상관없이 우리는 필요한 곳에서 필요한 조치를 해나갈 것" 이라고 선언했다.

민주당 선거관계자들의 행동이 빨라지고 말도 거칠어지고 있다. 이날 오전에 난 법원 결정으로 수작업 재검표에 차질이 생기자 이것저것 가릴 형편이 아닌 것이다.

민주당은 이날 당장 전국의 민주당 지지 성향을 가진 변호사들에게 e-메일을 보내 자원봉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각 카운티의 재검표작업 등을 돕기 위해 5백명 가량의 법조인을 모을 계획인 것이다. 또 추가 선거자금도 모금하고 있다.

수작업 재검표 결과가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본격적인 법적 투쟁에 돌입, 일전을 불사할 태세다. 선거운동에 참여했던 선거 전문가들도 플로리다주 텔러해시에 속속 도착하고 있다. 여론전도 펼치겠다는 것이다.

한편 고어는 아직 이 싸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전날 백악관에서 재검표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선거 뒤 처음 의사를 표현했지만 14일 오후 법원 결정으로 온통 난리가 났을 때 조셉 리버먼 부통령 후보 등과 워싱턴의 멕시칸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급한 마음에 품위없는 말 한 마디라도 하면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간다" 고 선거전략팀이 그에게 충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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